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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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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BY 김효숙 2007-04-07

어둠이 걷히는 새벽길을 나선다

봄은 왔는데 겨울이 가기 싫은지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뒷동산에 일찍 일어난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밤새도록 이불을 덮고 잔  덩치 큰 나도 새벽바람이 추운데

가녀린 저 산속에 새는 얼마나 추울까

작디작은 몸땡이로 아침을 열어주는 새소리

어디서 그리 이쁘고 맑은 소리가 울려퍼질까

물오른 나뭇가지 사이로 후르륵 후르륵. 소리내며

아침 잠을 깨우는 새소리..

난 저 새처럼 언제나 모든이들에게 미소를 던져주며 살아갈까

잠깐의 생각들이 새벽길을 걷는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

밤새 저멀리 미사리에서 산등성이 너머로 달려온 물안개가

세워 둔 차 범퍼위에 살며시 내려  앉아 촉촉한 아침을 연다

 

길가에 연산홍 한잎 두잎 얼굴을 내밀고

움추린 내 어깨위로 그 미소 날아와 앉는다

어깨를 펴요.

이쁜사람 이쁜 내친구. 연산홍은 내친구라며 자랑한다

 

길가에 토끼풀이 파릇파릇..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어느 날이었던가

토끼풀 하얀 꽃을  뜯어 새벽기도 가는 길에 가지고 가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새벽 선물로 시계를 만들어 주어야지 하고  들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오늘 새벽길엔.

내가 꽃시계 만들어 주었던 전성연 집사님을 만났다

날 보면 늘 그 이야기를 한다

집사님. 풀꽃 시계..

지금 오다 보니 꽃이 피려면 한참 기다려야겠어.

나도 그 생각하며 걸었는데... 우린 웃었다 새벽길에....

 

기도하고 오는 길.

하이얀 목련이 햇살에 얼굴을 내민다

엊그제 봄이 왔다며 좋아라 피어나것만.

어느새. 잠시 찾아 온 찬바람에  고개를 숙였다

천사 얼굴 하고. 고운자태 뽐내더니

어느새 슬픈 얼굴.. 핏빛 얼굴에  고개를 떨구었다

 

새봄 잔치에 나들이 나온지. 몇날을 피어있으려고

추운 겨울 참아내며 왔단 말인가

새봄 잔치 여왕이 되려고 커다란 꽃송이 고운 그 자태 뽐내려하더니만

밤새 차가운 바람에  스러져 가는구나.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려니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려니

부하다 자랑도 말것이며

가난하다 슬퍼도 말것일세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 세상은 보이는것이려니...

좀더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며

좀더 아름다운 생각으로 바라보며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면..

참 잘 살아왔구나 웃으며.. 떠나가리라..

 

봄날에 개선장군 같았던

하이얀 목련이 고운 햇살에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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