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가 생선을 하는 전 날이면
난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생선을 다듬게 됩니다.
오늘은 일하는 아줌마들이 바빠서
혼자 동태를 다듬었습니다.
남편이 사다 놓은 동태 한 박스는
누런 푸대 종이와 비닐로 싸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많은 생선을 다듬다가 날 바라보고 있는 생선 눈이
가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미안함도 없이 수도 물에 생선을 막 씼는 내가
조금은 싫었습니다
칼로 봉지를 잘라 눕혀 놓고 꽁꽁 언 동태 위에
수도 꼭지를 틀어 놓았습니다.
너무 꽁꽁 얼어서 다듬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내장이 없는 것은 얼른 골라 놓고
내장이 있는 것을 다듬는데 손이 시려웠습니다.
마음속엔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지만 정성스레 다듬어
무우 넣고 맛있게 졸여 놓으면 손님들이 하하 웃으며 먹어 줄 생각에
슬픈 생각을 내 안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곤.
생선을 녹이려고 틀어 놓은 수도 꼭지 물이 동태 위에
쪼르르 쪼르르 소리를 내며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니
동태는 바위요.. 물이 고인 곳은 샘물 같았습니다.
바위틈 사이로 살얼음을 녹이며
쪼르르 쪼르르 흐르던 산골짜기 샘물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어머나 ! 여기 좀 봐. 하면서 아이처럼 웃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줌마는..
또 행복해요? 하고 묻습니다.
" 응 " 난 대답했습니다.
하여간 사모님은 소녀같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난 아이처럼 좋아서 웃었습니다.
많은 생선을 다듬다 보면 손이 시려워 이생각 저생각이
나를 슬프게 할 때면
내 안에 동화 같은 마음을 불어 넣어 주곤 합니다.
어느 새 내 맘 속엔 어릴적 이쁜 동화 같은 추억들이
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기 때문입니다.
동화 속에 머물다 보니..
어느새 생선을 다 다듬고.. 일어 섭니다.
어머.. 앉아 있어도 다리가 아프네.......
하지만.. 괜찮아..
오늘도 난 힘든 일 속에서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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