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이 깨었다
세상에 이렇게 늦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월 화 목 금 토....일주일이면 적어도 칠백 오십명
한달이면 삼천명에 밥을 셋이서 해 먹이니..
내 육신은 엉망 징창이다.
웃음으로 사랑으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쉬는 날이면
내 온 몸은 밤새도록
장작으로 패 맞은 것 같은
아픔이 나를 짓누른다.
갑상선 암 수술로 피곤이란 적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지...2년
정신이 육체를 지배 한다는 생각으로 견디어 왔는데.
아 ! 오늘은 내 육체에 한계를 느낀다.
가까스로 일어나 앉았다
눈이 떠 지지 않는다.앉아 있는 옆에는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화장대 거울에
지친 내 모습 들킬까 봐 머리를 얼른 쓰다 듬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
예쁜 공주 원피스는 날 바라 보며 웃는다.
이 옷 입고 처음 나들이 갔을 때 생각 해 보아요
화장품들이 날 바라 보며 웃는다
예쁘게 화장하며 웃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아요..
스치로폴 화단에서 얻은 옥수수 하나가 신기해서
힘들 때 바라 보려고 화장대 앞에 놓아 두었는데
그것도 날 바라보며 웃는다
무슨 맘으로 날 키웠지요.?
무슨 맘으로 날 꺾어 왔지요 ?
자주색 하모니카처럼 생긴
나를 물고 하모니카를 불어 보아요.
밤색 곤색 자주색 까만색 알록달록 가방이
날 보고 웃는다.
랄라 룰루 오늘은 어떤 가방을 들고 나갈까
신이 났던 그 때를 생각 해 보아요
내가 좋아하는 스커트 들이 웃는다.
오늘은 무얼 입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거울 보며 즐거운 외출을 꿈꾸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아요..
사랑하는 친구가 사다 준 약들이 웃는다
날 먹고 건강해져야지요.
콩 주워 먹듯 먹어 대는 약 들이 날 보고 웃지만
날 조롱하는 것만 같아 눈물이 난다.
컴 옆에 하얀 엽서가 웃는다
얼마전 우체국에 갔다가
가을 엽서 한장씩 띄워야지 하고
열 장이나 샀는데 두 장을 써서 부치고
여덟장 남았잖아요.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
그 고운 맘 물들여 가 보아요
창가에 빚추이는 가을햇살 담아서 말이에요...
장롱에 기대어 첼로가 웃는다
날 보며 웃는다
날 보며 코스모스처럼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웃는다
자아. 일어나시죠
벌떡 일어 나시지요
내가 일 주일에 한 번 씩 당신에 기쁨이 되어 주었잖아요.
자아. ! 과꽃을 연주할까요
난 옷도 입지 않은채.. 서툰 첼로를 연주해 본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엄마는 꽃들을 좋아 했지요
과꽃 피는 이 가을
하늘에 엄마 불러 같이 살고 싶지요
어느새 내 눈망울엔 눈물이 맺혔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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