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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은 언제나 떨려!


BY 휘발유 2006-11-25

어제 오전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연탄 값은 서민의 마지막 비상구이므로 인상하면 안 된다!"는
요지로서 청취자 참여의 글을 올렸다.

퇴근길에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귀가하니
집의 전화벨이 마구 울렸다. 전화를 받아드니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담당 작가였다.

"몇 번이나 전화를 드렸는데 이제 겨우 연결이 되었네요..."
"아, 네. 이가 아파서 치과에 들러 오느라고요."
담당 작가는 내일 아침 6시 20분에 전화를 할 테니
생방송으로 전화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지난 5월경에도 어떠한 이슈를 가지고 인터뷰를 했고
작년에도 두 차례의 경험이 있었음에
크게 떨리지는 않았다.
"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오늘은 그 인터뷰를 준비하고자 새벽 다섯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먼저 양치질을 하고 얼굴과 머리도 씻고 감았다.
맑은 정신으로 생방송을 하여야 함은
방송 진행자이든 청취자이든 간에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어떤 덕목이라고 믿는 터였음이었다.

이윽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시작되었고
담당 작가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잠시 후면 나와 손석희 교수와의
라디오 생방송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갈 것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으나
역시나 생방송은 생방송이었다.
여전히 나는 방송에 관한 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였음에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었다.

하여간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사위는 화살을 떠난 상태였다.
이제 최선을 다 하는 방법 외는 없었다.
뜨거운 커피로서 쩍쩍 메말라지는 입술을 적시며
스텐바이에 들어갔다.
이윽고 생방송 큐~!

손 교수가 말했다.
"이번엔 대전에 사시는 홍경석 씨와 전화를 연결하겠습니다..."
엊저녁에 미리 준비해 둔 원고와
또 다른 이런 저런 뉴스 자료 등을 보면서
차분하게 '대응'했다.

"지금 연탄으로 난방을 하신다는데 그럼 작년에도?"
"아닙니다. 작년엔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했는데
올해 들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진 때문에..."

우려와는 달리 생방송 전화 인터뷰는
물 흐르듯 잘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모처럼의 생방송이었음에
기왕지사 작심했던 바를 모두 토로하고자 했다.

"(추가로) 꼭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말씀하시죠."
손 교수의 배려에 더 기운이 났다.

"있는 사람들이야 하룻밤을 자고 나면
집 값이 몇 백, 몇 천만원 씩 오르는 즈음이라지만
없는 사람들은 당장의 연탄 값조차도 걱정인 것이 현실입니다.
(고로) 다른 건 몰라도 연탄 값만큼은
(제발) 인상치 않았으면 하는 (강력한) 바람입니다!"

손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오늘 주창한
'연탄 가격' 이슈를 주제로 하여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산업자원부 담당 국장과의
인터뷰를 모색해 보겠다는 '선물'까지 주었다.

마침내 오늘 아침의 내 생방송은 무난하게 끝났다.
헌데 생방송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때문이었을까.
내 이마에선 나도 모르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생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 진행자와
담당 스탭진들의 노고는 그야말로 늘 그렇게
노심초사의 연속임을 새삼스럽게 천착한 날이기도 했다.

송대관 씨의 노래에 '생방송'이란 게 있다.
근데 그 노래의 가사를 보자면 의미심장하다.
인생은 생방송이며 되돌릴 수 없다고 하면서
아울러 인간은 태어난 그 날부터 '즉석 연기'로
세상을 줄타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때문이다.

또한 인생은 재방송이 안 되고 녹화도 안 되는
모노 드라마라고 일갈하고 있다. 
옳은 말이다.

그 노래의 내용처럼 그렇게
인생은 어차피 생방송의 '진행 중'이며
아울러 오늘도 내가 주인공인 것임에.
헌데 그렇다면 오늘 아침 나는 모처럼
이 땅의 서민들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어떤 '주인공' 역할에 충실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아무튼 생방송은 역시나 어렵고 긴박하되
하지만 어떤 스릴도 있음을
덩달아 느껴본 게 오늘 새벽의 단상이다.
서민의 마지막 보루인 연탄 값이
제발 오르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나의 오늘 생방송 참여가
부디 성과가 있어 인상 설(說)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정부(산자부)의
연탄 가격 검토 안(案)이 무산되길 바란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연탄 사재기 열풍이 불고있는
현상까지도 일거에 소멸됐으면 좋겠다.
들불이 장맛비에 일순 꺼지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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