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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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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풍경


BY 그린플라워 2024-02-12

오형제 중 둘째며느리인 나는 시댁에 무슨 일이 생기든 진두지휘하는 건 오롯이 내몫이었다.
가뜩이나 무슨 일에든 소닭보듯하는 두살아래 형님은 시숙이 하늘로 간 후 증세가 더 심해져서 일도 안하면서 행사 후 자신이 얼마나 많은 덕을 보게될지만 눈을 반짝였다.
'굿하려니 며느리 엉덩이춤 추는 꼴보기싫어 못하겠다'는 시어머니 심술이 생각나곤 했다.
그러다가 내 나이가 육십 중반을 넘기고 큰집 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닮아 별 도움도 안되고 우리집 아이들 혼사는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양성종양으로 뇌수술도 받고 수전증까지 생기자 남편이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제사를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
마지막 차례를 끝으로 우리 시댁모임도 막을 내렸다.
우리집 집들이 이후 일년도 넘게 카톡으로 안부만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바람에 친정식구들은 한동네에 세자매가 살고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여동생집에서 살고 계시는 친정엄마를 뵈러 수시로 모이게 되었다.
해마다 시댁치닥거리 하느라 우리 식구만 빠지던 명절모임을 올해는 우리도 참석했다.
각자 잘하는 음식 만들어서 모여 신나는 명절을 지내게 되었다.
친정엄마께서 살아계시니 가능한 일이지 싶다. 오늘날 이 즐거운 모임도 친정엄마 덕분이라고 구순의 친정엄마께 백수 하시라고 말씀드리니 손사레를 치시지만 좋으신 듯했다.
엄마께서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