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
이건 아니잖아
마당의 감은 얼추 다 익어가는데
날씨는 여전히 여름인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시절을 모르는 요즘 모기들은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달려든다.
잠시 전 글을 쓰고있는데
모기 한 놈이 눈앞에서 귀찮게
알짱거리더니 그예 팔뚝을 물었다.
부아가 치밀기에 손바닥으로 냉큼 후려쳤다.
그러자 녀석은 찰나(刹那)로서 비명횡사했다.
그랬다.
그건 바로 찰나였다.
불교에서 이르는 시간의 최소 단위를 일컫는.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한 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다시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친다.
하여 따지고 보면 우리네 인생도
실은 그 찰나의 범주라는 것이다.
헌데 우리가 사는 삶은
왜 이다지도 불공평하고 진득한 고행만이
기나긴 국수와 고무줄처럼
여전하고 그도 모자라 전도마저 암울한 걸까.
고생하면 낙이 있고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속언도 실은 허구다.
부자는 늘상 놀고 먹어도
눈덩어리처럼 재물이 불지만
우리 같은 빈자는 만날 허리띠를 졸라매도
늘 그렇게 애면글면으로 허겁지겁이니 말이다.
하여간 우리네 삶은
찰나라 하였으니 하루의 삶에 감사하고
보다 진중하게 살고 볼 일이다.
그렇지만 고행의 종착역은 어디인지
당최 알 길이 없으니 그게 막막한 것이다.
인생은 고해라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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