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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자꾸 다른 데다 흘리지 마라”


BY 휘발유 2006-10-05

한가위 연휴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뜨리면 서운한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영화관람이란 거다.

요즘엔 최근작이 아닌 경우엔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지난 개봉작을 볼 수 있어 좋은 시절이다.
어제는 그같이 인터넷을 통해
<미스터 주부 퀴즈 왕>이란 방화를 공짜로 보았다.

명문대 출신인 진만(한석규)은 능력 있고
미모까지 갖춘 방송인 아내 수희(신은경)와
애교만점의 귀여운 딸을 둔, 그러나
가사 일이 더 좋은 남성 전업주부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보다는 같은 동네의
아줌마들과 고스톱 치기를 더 좋아하는 진만은
하지만 계를 하다가 그만 그 계가
깨지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장인의 수술비를 위해서라도 그 곗돈의 복구는
진만으로서는 당연히 수습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어떤 과제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3만원도 아닌
3천만원을 마련할 수 있단 말인가!

좌고우면하던 진만은 결국 주부 대상 퀴즈
프로그램에서의 우승만이 그 해법임을 발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에 출연한 진만은
3주 연속 우승의 관문에까지 진출하지만
그가 진실로 원했던 것은 퀴즈 프로그램에서의 우승이 아니라
틀어질대로 틀어진 아내와의 관계 원상복구였다.

교활한 PD의 집요한 공세에 잠시 휘청였던
수희 또한 진만의 그러한 충정에 감복하여
마침내는 평온한 가정을 정립하는데 진력하게 된다.

이 영화엔 압권의 명 대사가 나오는데
그건 바로 방송사 PD가 호텔로 수희를 찾아갔음을 눈치챈
진만이 역시도 호텔로 찾아가 수희에게 하는 말이다.

"네 마음을 자꾸 다른 데다 흘리지 마라."

나는 재작년에 실제로 모 방송국의
어떤 퀴즈 프로그램의 예선에 나가본 적이 있다.
물론 그같은 연유는 거금을 챙기고
이름도 날리겠다는 치기의 만용이 발화(發火)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선에서조차 탈락하고 보니
비로소 발견하게 된 건 나는
고작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현실의 천착이었다.
하여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한다는 건 그 얼마나 지난한 길인가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지만
이 뜻깊은 한가위가 되레 더 부담이 되고
돈과 가족마저 없어 아예 귀향을 포기한 사람들도 없지 않다.
나 역시 올 한가위가 가장 어려움은 매일반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봐서라도 흥청망청
곤드래 만드래의 사치스런 한가위 풍속도의
과시는 자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 왕>의 줄거리처럼
비록 주머니는 허전하고 송편 하나로만 한가위 차롓상을
올릴지언정 부부간에 사랑만 오롯하다면
그게 바로 지상의 낙원이요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부부간에 있어 사랑하는 그 마음을
자꾸 다른 데다 '흘린다면'
그건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 식었음의 방증이며
이는 또한 가정불화의 단초라고 믿는다.

한가위를 맞아 지지고 볶고 무치느라
주방의 아내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인다.

'미스터 주부 퀴즈 왕'의 정겨운
진만과 수희 부부를 봐서라도
나 또한 아내의 바쁜 손길을 어서 보태줘야겠다.
더불어 아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앞으로도 여전히 흘리지 않을 것임을 함께 다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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