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81

신이 내린 직장 vs 신이 버린 직장 소고


BY 휘발유 2006-09-28

           

아침마다 여섯시면 정확히 기상한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이제 고착화된 습관이다.
그렇다고 하여 딱히 바쁜 직장과
직업이 아님에도 그같이 일찍 기상하는 건
조금은 철학적인 사관이 있는 때문이다.

즉 나처럼 없이 사는 빈자(貧者)는
'부지런한 새가 더 많은 먹이를 잡는다'는
어떤 바보 같은 교훈이나마 실천을 해야만
이담에라도 '조금은' 잘 살수 있다는 걸
예전부터 맹신한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부지런을 떨며 살았으되
지금껏 역시도 요지부동으로서 만날 지지리도 못 살고 있다.
하여 이러한 현실을 보자면 그 교훈도
실은 매우 허구적인 것이 아닐까도 싶다.

아무튼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게 되어
새벽 여섯시도 안 되어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정류장으로 가기 전엔 인력센터가 있다.

헌데 오늘 역시도 막노동이라도 하고자
나온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이어 버스정류장의 바로 옆에는
호프와 소주를 파는 술집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 시간까지도 술을 먹는 주객들이 있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두 테이블에 다섯명의 손님이 소주를 앞에 두고
장광설을 풀어내고 있었다.
반면 피곤에 지친 주인 내외는 연신 하품을 하며
'저 웬수같은(?) 술꾼들이 어서 나가야 우리도 문을 닫고
귀가해서 잠을 자련만...!!!' 이라는 절실한 메시지를 묻어내고 있었다.

순간 누구는 새벽부터 먹고살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을 치며 부지런한 참새처럼 일자리와 직장을 찾아 나가느라
바쁘거늘 또 누군가는 저처럼 꼭두새벽까지 술을 먹고 있나 싶었다. 

그러자 신신애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이란
'주장'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실소가 나왔다.
출근하여 배달된 신문을 접하니
역시나 오늘의 화두는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에
관한 '스캔들'이었다.

사람도 아닌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까지
조소적으로 회자되는 국책은행에 다니는
은전(恩典)으로 말미암아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보도에
할 말은커녕 솔직히 세상을 사는 맛조차 나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은 불공평하고 요지경이라지만
어찌 그다지도 가히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단 말이던가.
또한 그러한 국책은행의 은행장 평균 급여는
무려 6억원이 넘는다고 하여
망연자실하다 못 해 분노감이 활화산처럼 치솟았다.

아무리 빈부격차가 심화되기로서니
이래서야 되겠나 싶어 다시금 비루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견딜 수 없는
어떤 모멸감과 수치감에 몸둘 바를 몰랐다.

아울러 그처럼 엄청난 급여와 연봉을 받고있는
자들은 나처럼 과연 만날 새벽 여섯시면 출근을 하고
더불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를 다해 온 사람들이었던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에 대한 세인들의 비판에 대하여
혹자는 사돈이 땅을 샀기에 시기를 한다고도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무언가 잘 못 돼도 한참 잘 못된 것이다.

개그 프로 '웃찾사'의 꼭지에 <이건 아니잖아>가 있는데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

노조도 없고 기본급도 없으며 건강보험료마저도
자비로 납부해야 하는 지극히 열악한 구조의
비정규직 빈민의 눈에 '신이 내린 직장'에
근무하는 이들은 그저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치부하고 말아야 할까.

그들과는 정반대로 허구한 날 지지고 볶으며
부지런을 떨며 살지만 여전히 빈곤의 거미줄이
동아줄만큼이나 견고한 것이 바로
나라는 위인의 초상이자 현주소다.

그러한 때문으로 빈한의 먹구름이
한 치도 벗어나질 못 하고 있는 현실은
그렇다면 나는 '신이 버린 직장'에 다니는 때문이라고
자학하고 말아야만 하는 것인가.

대체 이 정부가 무얼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며
치자(治者)를 잘 못 뽑으면 정말이지
백성들의 삶이 고달파진다는 사실까지
새삼스레 천착하게 된다.

신이 버린 직장이나마 처.자식하고 먹고살려면
내일도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가야만 하는
능력 없는 나 자신이 경멸스러워 견딜 재간이 없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