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리교사로 꽤 인기가 있다.
이곳 저곳에서 부르기 때문에 때론 두 서너 군데의 학교가 겹칠때도 있다.
첨엔 좀 힘들거라 생각했던 고등학교가 요즘은 오히려 더 수월한 느낌이 든다.
어쩌다 유치원에 불려서 가면 무용이랑, ㅎㅎ 나랑은 좀 안 맞는 느낌이다.
흔히들 애들 다루기가 힘든다고 한다.
연일 4일 매일 출근을 했다. 그 학교의 교감이 내가 다른 학교로 갈까 신경쓰여
붙잡아 둘려고 가능하면 빨리빨리 통보를 한다.
고등학생들은 사실 중학생보다 다루기 쉬운 느낌이다.
그래도 중학생보다 좀 더 성숙하고 어른인 척 할려 하는 애들도 많고
말귀를 빨리 알아 듣는다고나 할까.
그래도 어디에나 문제아는 있는 법이다.
애들에게 대리교사 오는날은 그저 놀고 뻥치는 걸로 인식이 되어 있어
강하게 나가면 반응이 별론 게 당연하다.
하지만 비록 알바로 하는 일이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비록 한명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와 줄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그들의 귀중한 시간을
호락호락 낭비하게 놔 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질문 공세가 들어온다.
"중국인이예요, 일본인이예요?"
"먼저 말해 두는데 개인적인 질문은 사절이다. 묻지 마라, 대답하지 않을거니까"
"그게 어떻게 개인적인 질문이 되는 거예요?"
"그건 내가 그렇다고 하기 때문이야. 그 대신 과목에 관한 일이라면 조용히 손을
들어라. 그러면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도록 할테니까."
애들중에는 자리에 있는둥 마는둥 아주 조용하게 주어진 과제를 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책상위에 머리박고 자는 애들도 있다. 그냥 하루 떼우고 와도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에 잠은 충분히 잤어?"
"예"
"그럼 과제를 해야지"
이 넘이 대답은 해놓고 다시 책상위에 머리를 박는다.
"일어나. 노트는 어딨어. 그리고 연필은?"
이 넘이 이곳 저곳 찾는 척을 한다. 아예 할 생각이 없다.
"연필 없으면 내 것을 쓰도록 해. 끝을 맺던 아니던 수업 끝나기 전에 제출해. 니네 선생님 오면 점수 매길 거니까"
또 다른 여자 아이, 덩치가 나보다 훨씬 크다. 살이 쪄서 책상에 몸이 맞지 않는다. 그러니 삐딱하게 앉아있다. 이 넘은 앨범을 내 놓고 보고 있다. " 넌 왜 과제를 안하는 거야"
"안할 거예요. 해도 0점 맞을건데 뭐" "너도 다른 애들이랑 똑 같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해도 0점을 맞는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엔 안해서 0점을 맞는 거 같은데.."
"날 이해 못하는 거예요. 난 쭉 그래왔고 지금도 그럴거고 앞으로도 안할 거예요"
"그럴듯한 이유를 대 봐"
"원래 안하니까 안하는 거예요"
반아이들을 향해서 물었다.
"너희들은 이게 안해도 될만한 이유라고 생각하니?"
"아니요"
"들었지, 그 앨범 압수다. 이리 줘. 그리고 과제를 하도록 해"
"댁이 뭔데 하라 마라예요."
"오호, 너 말 잘했다. 니가 아니고 내가 이반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넌 내말대로 해야 하는거야"
그 이후로 나도 별로 핏대를 올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 인생이지 내 인생은 아니지 않는가?
그 아이가 떠들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무시하기로 했다.
여긴 점심 시간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수업중에 점심시간이 끼어있다. 30분 정도가 허용된다.
그러니까 애들은 점심을 먹고 그 반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그 애는 되돌아 오지 않았다. 나로 봐서는 답답할 이유도 찾을 이유도 없었다.
그 애가 없으면 외려 조용하니 학급전체를 위해서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말했다.
"점심 마치고 돌아오지 않는 애들은 명단에 올려 교장 선생님께 갖다줘야해요. "
얘들의 의견은 그 아이 이름을 적어서 교장에게 전달하자는 것이다.
"너 왜 그렇게 이름을 못 적어 올려서 안달이니?"
"난 그애가 너무 너무 싫어요"
"니가 싫어한다고 해서 명단을 올려서는 안되지"
"그런데요. 다른 애들은 점심 시간후에 안돌아오면 다 명단을 적어서 올리는데
이상하게 그 애는 아무도 터치를 안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 애는 재껴놓은 애 같았다.
잠시 생각을 했다. 나로써는 뭐 올려도 그만 안 올려도 그만이지만 학칙이 그렇다면 이 아이에게도 적당한 관심을 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에게 그 애 이름을 적으라고 했더니 이유까지 적어서 내게 준다.
사인을 했더니 자기들이 당장 교장에게 전달하고 온다고 난리다.
애들을 보면 재미있는게 서로 고자질을 못해서 안달이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
이 넘은 어제도 다른 반에서 봤다.
과제를 하라고 줬더니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던 넘이다.
키는 한 180 가까이 된다.
"야, 잠은 집에 가서 자고 이거 끝마치도록 해"
시덥짢은듯이 나를 쳐다보던 넘이
"예" 하고는 다시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눈길을 주고 옆에 붙어 서 있으면
마지 못해 하는 시늉을 한다. 가만히 보니 한 문제를 푸는데
옆에 있는 넘보다 더 이해를 잘 하는 거 같다.
"봐라, 너 잘하잔아, 니가 잘 할줄 알고 있있어, 쭉 그렇게 하도록 해"
그랬더니 그 넘의 옆에 있던 친구가
"질문 있어요"
"resistance가 뭐예요?"
"음, 그건 말이야" 하면서 그 넘을 슬며시 밀었다.
그랬더니 그 넘은 한쪽으로 그대로 넘어간다.
"넌 왜 resistance를 안하는 거야"
그랬더니 그 넘이 안 넘어갈려고 나를 다시 밀어 부친다.
"알겠어? 이게 바로 resistance 라는 거야"
이런 저런 놈이 다 모인 가운데 몇몇은 벌써 끝내고 몇몇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주목! 만일 너희들이 과제를 시간안에 마치면 자유 시간을 줄테니까 그러도록 해봐. 내말은 몇몇이 아니고 반 전체가 시간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이야"
하하, 택도 없는 소리다. 결코 시간안에 끝내지 못한다는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항상 하는 애들은 하고 안하는 애들은 안하기 때문에 반전체가 시간내에 끝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