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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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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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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교사 체험기 1


BY 허무한 2006-09-19

알바라도 할 겸 내 이름을 대리교사 명단에 올려놓은지도 꽤 됐다.
그 전에 서너번 요청이 있었지만 학교 문제로 못간 이유로 연락이 뜸했다가
최근에 또다시 요청이 왔다. 기다리던 차라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고 학교로 갔다.

여기서 대리교사는 담당교사가 사정이 있어 결근을 할 시에 메꾸어 주는 정도이다.
특별히 대신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 그냥 감독하는 정도이다.
처음 연락온 학교는 초등학교 특별반이었다.
특별반이란게 여러종류가 있지만 내가 맡게 된 반은
다운신드름, 하체장애, 온몸이 마비된 상태, 말하자면 유명한 과학자 스티븐 홉킨스(?) 같은 상태, 그리고 약간은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들로 구성된 9명 정도가 있는 반이었다.
두명의 도우미가 있어 메인교사를 돕는다.
전신장애 아이에게는 그 아이에게 딸린 배변까지 도와주는 전적인 도우미가 따로 있다. 그 돈은 다 주정부에서 부담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그런 조건에서 나의 하루는 시작했다.
그 학교는 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더니 아이들이 말하길 "엄마, 안 갔으면 좋겟어. 거긴 이상한 아이들이 있는 반이야. 애들이 쿡쿡 찌르기도 하고 선생님 얼굴을 철썩 때리기도 하는 반이야" " 걱정 하지마, 엄마는 어른이니까 니들이 걱정 안해도 돼" 그러고선 애들을 데리고 출근했다. 애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머리수를 점검한 후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이는 7살 정도에서 9살까지의 아이들이었다.
첨이라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친절한 도우미들로 인해 별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장애를 가졌어도 보통 아이들과 다름없이 명랑했다.
말도 잘 듣고 내게 특별한 호기심을 보였다.
유창한 발음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동화도 읽어주고 어색한 동요와 무용도 했다. 낮잠자는 시간이 되어 애들이 자야 하는데 도우미 세명이 연신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애들이 잠이 오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해야 할 입장도 아니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걔중에는 살살 눈웃음을 치면서 애교를 부리는 아이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면서 딴 짓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을 거라고 도우미들이 으름짬을 놓았다.
정말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먹지 못했다. 아이들 놀이 시간에 각자 서너명 정도를 당담해서 이름쓰기랑 블럭쌓기, 퍼즐 끼워 맞추기 등을 했다. 가능하면 아이들 자신이 스스로 할 있도록 돕는 정도에서 끝냈다. 얼마후면 땡스기빙이 다가오니 색종이로 칠면조를 만들었다. 물론 이 단계에서 오리기 과정은 생략됐다. 미리 오려진 것들을 순서에 맞춰 풀로 붙이기 정도였다. 이 날은 특별히 한 도우미(전신마비아이 전속)의 생일이어서 아이들이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그녀가 돌보는 아이는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말은 알아듣기는 했다. 그 아이와 더불어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선물, 장난감 왕관, 담임교사가 남기고 간 선물들을 받고 그녀는 행복해 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팝콘이랑 캔디를 즐겼다. 수업이 끝날 즈음 한 도우미가 아이들에게 나와 함께 사진찍을 걸 권유하자 아이들이 우르르 내 무릎에 몰려와 앉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히고 아이들을 버스시간에 맞춰 돌려보낸 후 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말하기를
"애들이 엄마 너무 이쁘다고 하더라. 오늘 인기 짱이었다 엄마덕분에"
"정말 ? 너희들 원하는 거 있지? "
"아니야, 정말이야, 그런데 어땠어, 엄마, 힘들지 않았어?"
"애들 착하고 괜찮더라. 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치 않는 것 같던데.."

며칠 후 중학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학교로 갔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 , 영어담당 교사 대리.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물론 이곳에서 동양인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니 당연한 현상이다.
일단 내 소개를 하고 앉아서 감독(?) 업무를 시작했다.
조그만 소리로 얘기하던 아이들이 잠시후엔 시끌시끌.
"모두들 조용해" 그랬지만 이건 씨도 먹히지 않는 거 같았다.
걔 중엔 약간 비웃음의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너희들 모두 스스로 한 행동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아이들로 믿는다. 그리고 내게 행동 보고서가
있는데 이용하지 않도록 해 줬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모두들 정색이 되고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 넘이 싸움이 붙었다.
싸움의 발단은 한 넘이 지우개를 던졌는데
뒷통수를 맞은 넘이 열을 받아 일어선 것이었다.
"당장 떨어져" 그랬더니 둘 다 이런저런 변명을 하느라
열심이다. "둘 다 자리에 자리에 앉아. 그리고 수업 끝날때까지 너희 둘 절대로 얘기하지마"
나보다 큰 넘들이었지만 그 이상은 가지 않았다.

담당교사가 남기고 간 문제를 받아적고 답을 다는게 아이들이 해야 할
과제였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 씨가 먹힐 일이 없었다.
앉아 있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감독을 해야했다. 많이 떠드는 아이는 옆에서 쭉 지켜보며
과제를 완수하도록 종용했다. 그 중에 한 아이는 담당교사가 오면 물어봐야겠다고 하고
아예 문제를 풀 생각을 하지도 않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었다.
아이를 깨운 후 물었다.
"자지 말고 다른 아이들처럼 과제를 풀어야지"
"잠이 오는 걸 어떡해요"
"왜 잠이 온다고 생각하니?"
"사실은 저 밤에 늦게 자거든요"
"밤에 늦게 자면 어떻게 되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요"
"그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아니면 나쁜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울 엄마도 그러고 저도 나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고쳐보겠다는 생각을 하니?"
"하는데 잘 안돼요"
"담임 선생님이 오더라도 네게 답을 말해주지는 않을거야.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테니
문제를 풀도록 해보자"
그후 그 아이는 푸는 시늉을 하긴 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출석을 점검한다. 그리고 첫번째 수업후 그 아이들은
다른 수업을 들으러 사라진다. 학교가 파할때쯤에 난 수업시작할때와 전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다.

대리교사로 가면 흔히 아이들이 깔보고
마음대로 행동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무시하는 행동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만 그중에는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애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이리 저리 돌아다니길래
"제 자리에 앉아서 과제물 계속하도록 해" 라고 했더니
"저는요. 진짜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요"
"음, 그렇다면 오늘만은 내가 너의 진짜 선생님이란다. 알았니?"
아이는 두말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척 한다.
걔중에는 수업시작부터 끝까지 누가 뭐래든 있는 둥 없는 둥
주어진 과제만 열심히 풀고 있는 애들도 있었다.
종종 아이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묻기도 했다.
나름대로 사전찿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영어를 어떻게 영어교사만큼 알겠는가?
짧은 논문 쓰면서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나인데...

그 중에 한 여자애는 열심히 떠들었지만 간간히 애교를 떨기도 했다.
"저는요. 여태껏 대리교사 중에서 미스즈 제이가 젤로 만들어요. 그리고 입은 옷도 아주 예쁘고 맘에 들어요"
손바닥 위에 놓고 갖고 놀자는 심산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전자에 의심을 두고 열심히 감독했지만...ㅎㅎㅎ
그런데 애를 나중에 수업 끝나고 수퍼마켓에서 마주쳤는데 자기 아빠에게 나를 열심히
설명하더라는..

몇몇 아이들은 "제가 떠드는 아이들 명단 적으면 안될까요?"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자원하는 걸로 봐서 교사들이 이 방법을
주로 쓰는 모양이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돼. 이름 적고 싶으면 니 이름 적고 들어가"
"왜요?
"다른 아이들은 다 조용하거든"
"그리고 그런 걱정 하지말고 열심히 과제를 풀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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