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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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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의 인간성


BY 허무한 2006-09-19

검둥이는 옆집에 사는 개다.
옆집에 사는 데보라의 갠데 그의 이름은 플로리스이지만
발음하기도 힘들어서 나는 그냥 검둥이라고 부른다.
검정 래브로써 눈까지 온통 새카맣다.
검둥이는 좀 늙은 축에 속하는데 사람들 주위에 있는걸 좋아한다.
가끔 보면 자신도 사람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 이사왔을때 검둥이가
얼마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가워 하던지 나는 그만 홀랑 반해 버렸다.
그 후로 그는 우리집을 제집 드나들듯이 했다.
당시에는 아이들이 몹시 어렸고 그래서 밖에 가지고 나간 장난감을 두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날 장난감을 찾으려 나갔더니
검둥이가 아이 장난감 하나를 자기집에서
침을 질질 묻혀 가면서 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데보라에게 얘기했더니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 후로는 별로 그런 일이 없었고 검둥이는 계속 우리집에 놀러왔다.
그런걸 보면 검둥이는 사람만큼이나 똑똑하다,
말귀를 알아들으니까.

이사온 후부터 쭈욱 고기뼈나 이런게 있으면 불러서 주곤 했더니
식사때가 되면 어떻게 냄새를 맡고 꼭 들린다.
내가 차고에서
“검둥아!”
하고 부르면 어디에 있던지간에 달려온다.
이름에 관계없이 내가 부를때면 먹을게 있다는 걸 확실히 아는 모양이다.

특히 남편의 퇴근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검둥이도 온다.
그 시간이면 우리가 저녁을 먹고 만일 남는게 없으면
남편이 자신이 먹던 거라도 준다는 걸 검둥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저기 밖을 봐, 당신 친구왔어. 제일 친한 친구… ㅋㅋㅋ”
하면 남편은,
“헤이, 버디! (Hey, buddy)”
그러곤 슬쩍 윙크를 보낸다.

동네사람들 중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검둥이는 그 사람들이 몇시쯤에 조깅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걸을때에는 스스럼없이 뛰어 들어서 같이 걷는다.
검둥이는 절대로 짖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볼록 나온배에 웃통을 홀랑 벗어제치고 걷는 조거중의 하나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검둥이에게는 좋은 친구인 것 같다.

바로 옆집에는 몹시 사나운 개가 있는데
이 개는 동네를 주름잡을려고 한다.
이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크르렁 거리면
검둥이는 누워서 배를 보여준다.
자기는 늙고 힘이 없어서 싸울 여력이 없다는 걸 아는지
아니면 천성적으로 싸움을 싫어해선지 검둥이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나운 개가 가버리면 검둥이는 조깅을 계속한다.

천둥이 치는 날이면 검둥이는 잽싸게 우리집에 달려온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개는 천둥소리를 몹시 두려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과 함께 있으려고 한단다.
데보라는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날이면 우리집에서
천둥이 멎을때까지 있는다.

언제라도 내가 차고 그네에 앉아 있는걸 보면
검둥이는 온 힘을 다해서 달려온다.
일단 나랑 눈을 맞춘 후 옆으로 눕는다.
근지러워우니 좀 긁어 달라는 게다.
나는 항상 가든툴(garden tool)을 이용해서 검둥이를 긁어주는데
이걸 아주 좋아한다.
등을 다 긁어주면 이제는 네 다리를 하늘로 뻗고 사람처럼 발랑 눕는다.
긁는 김에 배도 긁어 달라는 것이다.
검둥이는 나를 전적으로 믿고 끝낼때까지 가만히 누워 있는다.
그러다 멈추면 일어나서 그 검디검은 눈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검둥아, 너 지금 무슨 생각하니?”
하고 물어본다.
말귀를 알아듣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앉아 있는다.

이사온 이후로 죽 검둥이는
우리집을 제집인양 드나들고 데보라가 없는 날은 우리집에서 잔다.
가만히 보면 이 개는 보통개가 아니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정이 많고 영리한 개다.
그래서 때때로 다리가 네개 달린 인간성(?)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곤 한다.

지금은 래시가 있어 예전처럼 관심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검둥이는
내게 있어 언제나 환영받는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