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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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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잡아 먹는 고양이


BY 허무한 2006-09-19

밖에서 들어온 남편이 말했다.
“당신, 당신 고양이 갔다 버려야겠어”
“왜 ?”
“새 털이 마당에 그득해. 새들을 잡아먹다니 나쁜 고양이야”

그 말을 들으니 어제 내가 본 것이 생각났다.
차고앞에 놓여있던 쥐대가리…
내심 그걸 보고 기뻣던 나였다. 마침내 쥐잡는 고양이를 찾아냈으니…

고양이, 그러니까 썬더볼트는 얼마전에 YMCA수영장에
갔다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 보고 데려온 것이다.
내가 고양이를 집에 데려 오겠다고 했더니
학부모중의 한 여인이 기꺼이 자기 손이랑 팔을 할켜 가면서까지 스포츠 백에
넣어주었다. 난 할퀼까 무서워서 멀찍이 서 있었다.
내 생각엔 그녀는 고양이를 몹시 사랑하는 여인으로
내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겠다고 했더니 감사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여기는 떠돌아 다니는 개와 고양이가 너무 많다.
Humane Society 라는 곳이 있어 그런 개와 고양이, 기타등등의
동물들을 받아들이지만 일정기간 동안 기다려도 데려다 키우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 동물들의 종말은 대개 안락사 되는 걸로 마무리 된다.

그러다보니 거기 데려다 주면 죽을걸 뻔히 아니까 불쌍한 마음에서인지
슬쩍 그냥 길에다 버리는 사람도 있다. 누가 불쌍히 여기고 데려가 주리라는
기대에서…
그래도 역시 대부분의 동물들은 Animal Control Officer에게
잡혀서 Humane Society로 향하는경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썬더볼트는 내가 고심해서 붙여준 이름이다. 용감해 보이기도 하고
대담해 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사람들하고는 아주 잘 어울린다.
나무에 오르는 것도 자주 봤고 새를 잡으려 시도하는 건 봤지만 잡는건
못 봤는데 마당에 널려있는 새털로 봐서는 그의 행각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그 일로 고양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그 어린게 버려져서 혼자 살면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으니 어찌보면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한번은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아먹는 것도 봤다.

요즘 애완용 고양이는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여놔서
쥐보고 도망가는 고양이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쥐도 잡고
집주위를 싸도는 귀찮은 동물(뱀, 쥐 기타등등)들을 잡아주는데 갔다 버리라니…

남편을 따라 아이들도 흥분한다.
“엄마, 쥐잡는 건 괜찮은데 새를 잡아먹는 건 너무한다”
“그런데 말이야. 그 고양이는 우리집에 오지 않았을 때 아무도 먹이를 주지 않아서 혼자서 먹이를 해결해야 했기엔 어쩔수 없었어. 먹어야 살지 않겠니?
그리고 장난으로 동물을 죽이는 건 나쁜거지만 배가 고파서 잡아 먹는건
어쩔수 없다. 그리고 지금 그 버릇을 고치기엔 너무 늦었다”
그리고 나서 나서 밖으로 나갔다.
“썬더, 너 요새 먹을거 많이 있으니 새 안 잡아 먹어도 된다. 쥐는 잡아야 되지만”
그랬더니 알아듣는지 마는지 날 쳐다보면서 야옹거렸다.
데려올땐 비쩍 말랐었는데 요즘은 살이 쪄서 작은 호랑이 같다. 덕분에 옆집의 그 사나운 개도 우리집앞을 지날때 멀리 돌아가는 걸 보면 무척 대견하게 생각되는데…ㅎㅎㅎ.
가만히 생각하니 이미 생식에 맛을 들여놨는데
먹이를 준다고 해서 당장 달라질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한번 턱 밑을 긁어주고 안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Lazy Chair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여보, 내가 고양이에게 말해놨으니 앞으로는 괜찮을 거야 , ㅎㅎㅎ. 그러니
고양이에 대한 걱정은 푹 접어 ”
남편은 기가 찬듯이 날 쳐다봤지만 그는 분명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썬더볼트는 죽을 때까지 우리식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안다 . 고양이를 버리라는 것이 그의 본심이 아님을…
그냥, 마당에 가득한 새털을 보고 죽은새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한 말임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