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래시를 처음 만난것은 한달여 전이다.
아이들 올 시간이 다되어 앞마당을 거닐고 있었는데 어린시절 티비를 통해 보던 그 래시가 길을 건너오고 있었다.
바로 옆집에는 한번 우리집안까지 들어와서 나의 개를 물어뜯던 개가 살고 있다.
그 주인 여자는 몰상식하기 짝이 없고 제멋대로인 여자인데 개도 주인을 닮았는지
사납기가 짝이 없어 동네 개를 다 제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한다.
그런데 뜨내기인 래시를 봤으니 이 개가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단번에 래시를 덮친 그 개는 래시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있던 나는 여차하면 차고에 있던 자루긴 빗자루를 집어들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래시는 그 마수를 벗어나서 건너편 집뒷쪽으로 달아났다. 잠시후에 래시는 아래쪽의
집앞으로 나타났다.
두번 생각하지 않고 나는 “래시!” 하고 소리질렀다.
잠깐 나를 쳐다보던 래시는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떠돌이 갠지 이름표를 단 목줄을 걸고 있지 않았다.
우리집은 다른집과 달리 Fence가 둘러져 있어 꼭 문을 통해야만 마당에 들어올 수 있다. 래시는Collie종인데 꼭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우리는 다른 이름을 생각지 않고
그대로 래시라고 부르기고 했다.
콜리는 원래 아일랜드에서 양치기로 사용하던 개인데 오리지널은 흰목털에다 검은털 바탕의 개다. 그런데 “래시” 영화가 힛트친 이후로 많은 다른 종류의 콜리가 번식됐다.
흰목털에 황금색 바탕털을 가진 콜리가 바로
우리가 아는 래시다.
콜리의 성격은 유순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짖을수는 있지만 성대제거수술을 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잘 짖지 않는다.
이 개의 평균 수명은 내가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8년이라고 한다.
“래시” 영화를 보고 자란 남편은 래시에게 홀딱 반했다.
아이들 또한 래시에게 반해서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그냥 불쌍해서 먹다남은 음식을 주며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지만
예의 성질급한 남편은 당장 가게로 달려가서 개먹이를 사 가지고 왔다.
며칠간 래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옆집에서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던 그 개가 무서워였던 모양이다.
래시는 남편이 사온 마른 개먹이를 먹지 않았다.
만일 내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을 주지 않으면 저녁이 될때까지 아침에 준 음식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는 꼭 현관문 메트에서 잤고 아침에는 집둘레를 돌며 운동을 했다.
래시는 볼일도 꼭 한군데를 정해놓고 보기 때문에 개 배설물 때문에 골치아플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귀찮게 뛰어오르거나 차를 쫓아가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아주 모범개다.
3주가 될때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도 래시를 찿는 사람이 없었다.
남편은 래시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개의 건강상태와 나이를 알아냈다.
그리고 목에 name tag도 달아주었다.
래시는 공식적으로 우리개가 된것이다.
래시는 4살, 그러니까 사람의 나이로 치면 중년이다.
그리고 뱃속에 기생충이 있어서 약을 먹여야 된다고 했다.
약을 섞어 먹일 요량으로 남편이 캔음식을 사 가지고 왔는데 래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 먹고 나서도 그릇 밑바닥을 언제까지나 햟고 있었다.
여기에서 개 한마리를 키우는 건 아이하나 키우는 것보다 더 비싸다.
정기적으로 건강진단도 시켜줘야 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경우, 캔푸드를 먹이자면 사람음식 값보다 더 들어간다.
남편이 담박에 300불 정도를 래시를 위해 써 버린 것만 봐도 그렇다.
개값 자체보다도 관리비가 훨씬 비싸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래시는 우리 식구들의 사랑을 엄청 받고 있다.
버려졌는지, 길을 잃었는지는 모르지만 래시는 새 주인을 찿았고 이제는 헤메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젖어 현관문앞 메트 위에서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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