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72

역마살(驛馬煞)


BY 진주담치 2006-09-29

명절을 앞두고  이른 아침 신문과 함께 배달되는 광고지가  그 양이 많아졌다.

대형 마트외에도 중,소형 마트까지  광고전단지를 인쇄해서 돌리니

신문들이 묵직하다.

 

아파트 마당의 보도 블럭엔 햇볕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빨간 고추들로  

지날때마다 바람을 타고  그 고추의 알싸한 매운 냄새가 콧등을 스친다.

" 그래, 가을인게야.  이게 바로 가을 냄새인거야."

부지런한 노인들은 토란대와 무우, 호박 썬것도 말리느라 햇볕이 잘드는곳마다

돗자리를 펼쳐 놓았다.

집근처의 산에 다녀오는 등산객들의 손에는 알밤이 든 봉투들이 하나씩 매달려 온다.

나 역시 이틀동안 동네 아줌마 두명과 밤을 주워 보았다.

양쪽 주머니 가득 밤을 주워  아이들에게 자랑하며 생밤으로 깍아 주었다.

크기가 다양한 작은 밤톨 몇개로 군것질 끝!

청설모나 다람쥐가 먹을 양식을 우리가 다 주워 온거는 아니겠지. ㅎㅎ

 

바람이 선선해지니 마음이 자꾸 밖으로만 나돈다.

인근 도시의 신도시에 입주할 대규모 아파트 분양 소식에 며칠 모델하우스엘 따라

다니며 주거공간의 눈높이를 엎그레이드 시켜 보았다.

신소재와 혁신적인 구조의 새로운 아파트를 보니 내 마음도 설렌다.

인터넷 공간의  이곳 저곳 아파트 단지를 순례하며 가격과 평면도를  살펴본다.

공기도 좋고   야산이라도 가까이 있으면서 아이들 통학거리도 고려한 동네의 아파트를

찾아본다.

 

아,  집 사서 이사(移徙) 온지 아직 일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마음이 어찌 이러는지.     비싼 비용 들여 집 고쳐서 이사왔는데

또 이사갈 궁리만 하다니.

그동안의 그 수많은 이사에도 지치지 않았다니.   혼자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다.

 

계절탓인지,  아니면 집값이 올라서인지  이집 저집  아파트 내부 수리하느라

주변이  늘 소란하다.   깨끗이 도배되고 묵은 때를 말끔히 씻고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탄생한 집을 보니 내 집이 아니라도 보는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새롭게 태어난 다른 이들의 집들을 보면서 난 또 꿈을 꾼다.

어디로 이사를 가서 나도 저리 단장해 놓고 살까하고.

딸아이 핑계를 대며 궁리를 해본다.

이 동네 저 동네 인터넷으로  순례하며 머릿속을 회전시킨다.

 

새로운 도시로 갈까?

이 도시내에서 움직일까?

빌라가 좋을까?  아파트가 좋을까?     

산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이 좋겠지?

남편을 어찌 꼬여서  설득을 시키지?

경제적인 궁리도 해 봐야지.   이게 젤로 중요하지.

베란다를 이번엔 확장해 버릴까?   아니지.   그럼 빨래와 화분 둘 곳이 없겠지.

 

  헉!   역마살(驛馬煞)이다!

 

이 지치지도 않는 감정은 선천적인걸까, 후천적인 걸까.

 

 

 

 

 

 

 

 

 

|||5

등록
  • 은지~네 2006-09-29
    다 그렇지요. 그렇게 꿈꾸며 생각하다가 별 특별한 일없으면 주저 앉고요. 그렇게 하면서 시간은 흘러가고요. 님이야 남편 직장관계로다가 그랬지요. 그런데 그게요. 친정쪽 사촌 오빠가 외교인분이 한분 계신데 그 올케언니가 역마살이 있대요. 다 그런가봐요. 덕분에 세계각국을 다니면서 사신거지요. 저희도요. 지금 또 심심해서 집 한번 지을까 아니면 집을 다시 리모델을 할까 온갖 궁리만 한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새것으로 바꾸기도 하고요. 나중에 헤까닥 하면 또 땅을 살지도 모르지요.ㅎㅎㅎ다 그렇게 사는가 봅니다.
  • 이혜선 2006-09-30
    좋으시겠어요. 나의집을 갖는다는것 얼마나 좋아요.
    이뿐꿈 잘 키우시고 그거야 뒤에 좀더 나이가 들었을때 하여도 늦진 않을것 같아요.
    나쁜 역마살은 아니니 넘 걱정마시고 후후 좋은 주말 되세요~~^^*
  • 진주담치 2006-09-30
    은지네님, ㅎㅎㅎ 집살땐 이 나이에 뭐 늙을때까지 살걸 예상해서 산건데 딸아이가 늦게 다니다보니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뭡니까? 이곳은 투기지역이라 3년은 살아야하는데 너무 길군요. 남들은 몇십년을 한곳에서 살아도 멀쩡한데 집보러 이곳 저곳 알아본다는게 정말 역마살인것 같더라구요. 슬슬 농뒤의 먼지 걱정도 되구요. ㅎㅎㅎ 아, 이 핑계! 혜선님, 반갑습니다. 네, 이사할때마다 조금 나은 곳을 찾게되니 발전적이긴하지요? ㅎㅎㅎ 이사할때마다 조금씩 발전했으면 우린 빌딩을 하나 소유해야하는데 그게 아닌것이 씁쓸할뿐입니다. ㅎㅎㅎ
  • 천성자 2006-10-04
    역마살에 대하여 풀이내지 아는바 또는 경험한 바가 없어 댓글을 달지를 못하고그냥 지나쳤었네요^^진주담치님의 세월을 밟아온 이야기에서 가끔씩 주워듣는 진주알 같은 이야기들이 솔깃해지고 고와서 주우러 온답니다 ㅎㅎㅎㅎ 진주담치님 코 앞으로 다가온 명절 가족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허리 휘어질 만큼의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명절 잘 보내세요^^
  • 진주담치 2006-10-06
    성자님, 아들 아이 중간고사가 다음주 부터라서 꼼짝없이 갖혀 지냈답니다. 전 좀 부치고 잡채하고 해서 명절음식 대신하고 그냥 집에서 지냈답니다. 날씨가 산책하기에 아주 좋더군요.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예요. 공원마다 산책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더군요. 좋은 명절 맞았나요? 맛있는것 많이 아들한테 해주었나요? ㅎㅎㅎ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