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이른 아침 신문과 함께 배달되는 광고지가 그 양이 많아졌다.
대형 마트외에도 중,소형 마트까지 광고전단지를 인쇄해서 돌리니
신문들이 묵직하다.
아파트 마당의 보도 블럭엔 햇볕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빨간 고추들로
지날때마다 바람을 타고 그 고추의 알싸한 매운 냄새가 콧등을 스친다.
" 그래, 가을인게야. 이게 바로 가을 냄새인거야."
부지런한 노인들은 토란대와 무우, 호박 썬것도 말리느라 햇볕이 잘드는곳마다
돗자리를 펼쳐 놓았다.
집근처의 산에 다녀오는 등산객들의 손에는 알밤이 든 봉투들이 하나씩 매달려 온다.
나 역시 이틀동안 동네 아줌마 두명과 밤을 주워 보았다.
양쪽 주머니 가득 밤을 주워 아이들에게 자랑하며 생밤으로 깍아 주었다.
크기가 다양한 작은 밤톨 몇개로 군것질 끝!
청설모나 다람쥐가 먹을 양식을 우리가 다 주워 온거는 아니겠지. ㅎㅎ
바람이 선선해지니 마음이 자꾸 밖으로만 나돈다.
인근 도시의 신도시에 입주할 대규모 아파트 분양 소식에 며칠 모델하우스엘 따라
다니며 주거공간의 눈높이를 엎그레이드 시켜 보았다.
신소재와 혁신적인 구조의 새로운 아파트를 보니 내 마음도 설렌다.
인터넷 공간의 이곳 저곳 아파트 단지를 순례하며 가격과 평면도를 살펴본다.
공기도 좋고 야산이라도 가까이 있으면서 아이들 통학거리도 고려한 동네의 아파트를
찾아본다.
아, 집 사서 이사(移徙) 온지 아직 일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마음이 어찌 이러는지. 비싼 비용 들여 집 고쳐서 이사왔는데
또 이사갈 궁리만 하다니.
그동안의 그 수많은 이사에도 지치지 않았다니. 혼자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다.
계절탓인지, 아니면 집값이 올라서인지 이집 저집 아파트 내부 수리하느라
주변이 늘 소란하다. 깨끗이 도배되고 묵은 때를 말끔히 씻고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탄생한 집을 보니 내 집이 아니라도 보는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새롭게 태어난 다른 이들의 집들을 보면서 난 또 꿈을 꾼다.
어디로 이사를 가서 나도 저리 단장해 놓고 살까하고.
딸아이 핑계를 대며 궁리를 해본다.
이 동네 저 동네 인터넷으로 순례하며 머릿속을 회전시킨다.
새로운 도시로 갈까?
이 도시내에서 움직일까?
빌라가 좋을까? 아파트가 좋을까?
산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이 좋겠지?
남편을 어찌 꼬여서 설득을 시키지?
경제적인 궁리도 해 봐야지. 이게 젤로 중요하지.
베란다를 이번엔 확장해 버릴까? 아니지. 그럼 빨래와 화분 둘 곳이 없겠지.
헉! 역마살(驛馬煞)이다!
이 지치지도 않는 감정은 선천적인걸까, 후천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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