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아침에 학교 가면서 하는말,
" 엄마, 내일 봐" 한다. 아, 그렇지. 오늘부터 특강 하나 더 듣는다고 12시 넘어서
집에 온단다. 애들을 아주 잡는구나, 잡아. 좀 책 좀 읽으면서 연애도 하면서 미팅도
하면서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낼순 없을까?
아직 이쁜 청춘인데 벌써부터 공부에 치여서 시들어가고 있구나. 불쌍한것.
우리때 대학 시절은 아주 좋았는데 말이야.
용돈을 좀 넉넉히 못 써서그렇지, 지금처럼 이리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미래가 보장되었는데 말이야.
출퇴근 시간 밀린다고 고시원을 하나 얻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아빠까지 따로 사는데 세 집 살림을 어찌 감당하라고. ㅉㅉㅉ
일부러 집에서 다니는 학교를 선택했는데도 좀 무리였나보다.
피곤에 절어 오는 아이를 보니 이사를 잠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종일 머릿속에서
맴돈다. 아들 아이 졸업하면 가려했는데 안될것 같다.
중간쯤 되는 곳으로. 30분이라도 시간을 줄여볼수 있는 곳으로.
수색이나 연희동쯤으로 갈까?
한두번 이사 더 하는게 뭐 대수냐?
왜 이리 대학은 많아서 발에 채이는게 대학생이고 졸업을 연기하면서까지 부모의
피땀을 뽑게 하는지, 원.
제도를 잘못 운영한 지도자들을 원망도 해 보지만 그들의 머리가 그 정도뿐인걸
내가 어찌 할수 있을까마는 그동안의 시간과 돈과 수고의 낭비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미는것은 어쩔수 없구나.
맹자의 어미도 수도 없이 이사했다잖아?
아이 친구 엄마들도 대학생인 자녀땜에 학교 가까이로 이사갈 생각을 하더군.
오피스텔 하나 얻어줄 능력이라도 있으면....
집값이 좀 비싸야지, 원.
아들이라면 대충 하숙이나 고시원 하나 얻어 줄껀데
딸이라 신경이 여간 쓰이는게 아니다.
딸아. 넌 이 어미 맘을 알기나 하겠냐?
발 아프다고 커다란 볼 넓은 운동화 신고 갈때 기특하기도 했지만 안스럽기도 했다는것을.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고 편한 옷만 찾는 너가 이쁘기도 했지만 마음이 짠 했다는걸.
돈 몇천원 아낀다고 라면과 김밥만 지겹게 사먹는다는걸 알고 도시락 배달이라도 하고
싶다는것을.
그냥 편하게 졸업장이나 따렴 하고 호기있게 말해주지 못하는 부모가 되었다는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구나. 우리 시대와는 많이 다른데 우리 고생할 때만 생각해
너무 절약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힘든 시대에 태어나 고생하는구나, 우리 자식이.
피어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구나.
그 고생이 빛을 볼 날이 와야 할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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