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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진 한 장


BY 진주담치 2006-09-19

어제

오래된 노트속에서  대학 졸업식때 찍은 사진 2장을  발견했다.

철학서를 읽으며 정리해 놓은 노트속에서 학사모를 쓴 젊은 여자가 수줍은듯 웃고 있었다.

웃는 사진속의 여자와 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늙은이의 여자는

같은 인물인가?

나도 모르게 질문이 던져진다.     그리고 이유 모를  눈물이 맺힌다.(빌어먹을..)

그 젊음이 너무 이뻐서.   그 웃음이 너무 수줍어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읊어본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꺽여 내려간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 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 올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것이 달라졌다고.

 

            .................................

 

나는  더 이상  사진속 여자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을수가 없다.

맑은 눈망울도 지닐수 없다.  빛나는 예지력도  없다.

밝은 미래만을  꿈꾸는 철없음도, 허황함도 없다.

사랑에 눈멈도 없다.

그리고 사랑때문에 아파하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내야 하는, 살아 남아야 하는 전사(戰士)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가끔은  나에게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한다.

그 길을 선택했다면  내 인생이 빛났을까?

 

사진속의 추억은 그저 침묵만을 지킬뿐이다.

귀중한 추억의 시간도 이미 퇴색되어 버린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간 다른 순간들처럼 역시 퇴색해 버리고 말테지.

 

가을이다.

어느 시인은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며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고 했는데

슬픈 가을이 올 것이다.

여기 저기 슬픈 가을이 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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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천성자 2006-09-19
    옴마야~~ 방 장만하신거 축하..아니 감축 드립니다^^ 오래도록 건필을 바랍니다.집들이 용품도 못사왔습니다.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오느라...맘만 가져왔습니다.
    말씀도 없이 집장만하시다니 ^^ 아무쪼록 슬픈가을이 아닌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이길 바랍니다^^흐른 세월에 아쉬워만 하지마시고,그 살아온 나날을 힘차게 살아오심을 흐믓하게 생각하는 하루였으면 합니다.젊음은 바람 같은것이 아닐까요...고운 글 아침에 잘 감상했습니다^^
  • 진주담치 2006-09-19
    으메, 성자님. 오타 난것 있나 보러 왔는데 벌써요? 히히히. 나도 한번 폼 좀 내봤지요. 내 방 만들어 마음껏 좀 풀어 버리게 말이지요. 아, 집들이를 해야 하는건가요? 몰라서리.ㅋㅋ 조직사회에만 살다보니 마음을 활짝 열고 살아보지 못해서 표현하는데 인색하답니다. 첫 손님인데 뭘해드리나? 제 마음을 드리지요. 늘 밝은 글 쓰시는 님에게도 좋은 일만 있기를...
  • 은지~네 2006-09-19
    하하하... 두분의 대화가 하도 정다와서 저도 한자리 낄려고 로긴 했네요. 끼워 달라고 머리부터 디밀고...엉덩이는 바깥에.... 끼워 줄거지요? ㅎㅎㅎ 진주담치님/ 새로 살림을 나신것을 축하 드립니다. 집들이 선물로다가 휴지와 세제를 사왔으니 받으시와요. 그리고 휴지를 풀어 내듯이 술술 부드럽고 매끈한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오래 남을 좋은 글 쓰시기 바랍니다. 처녀시절의 사진을 보면 참 언제 저렇게 웃었나 싶지요? 그래도 지금의 님의 모습은 연륜이 쌓인 아주 편안하고 좋은 얼굴일것입니다. 가을이 되어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듯이 님이 그동안 지나온 세월이 밑거름이 되어서 좋은결실을 만드실것이라 믿습니다.
  • 최지인 2006-09-19
    사진 속의 그 여인네가 시방 애잔한 노을을 지폈군요..지금까지 봐 온 님의 흔적을 보아 지나온 길들이 부지런한 햇살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석구석 흩어놓은 햇살 조각들을 모아 비어있는 방방마다 차곡차곡 채워넣으셔야지요. 이왕이면 툇마루와 감나무 그늘 밑 평상 하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지나가 님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지는 노을 하냥 볼 수 있게..빠딱빠닥 말라가는 처마밑 곶감 하나 빼먹을 수 있음 횡재한 기분이겠지요..하하하 //입택을 축하드립니다!
  • 작은돌 2006-09-19
    가을 ... 이제 우리 세상 문턱을 밟고 넘으려하는데... 님의 가슴속엔 어느새 노랗고 빨갛게 단풍이 물 들어 글 밖으로 묻어 내는듯 합니다. 가을...가을은 새 생명을 잉태한 모든 생명을 대변하듯 .. 그 잉태의 모습이....진정 아름답고 거룩하다 우리의 세상을 울려댑니다.... |
  • 진주담치 2006-09-19
    아, 엄마들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지요. 아이들 대학문제가 우리들 나이땐 큰 관건입니다. 전부 공부 얘기들만 하더군요. 우리 아들도 좀 욕심을 내야 할 텐데 영 욕심이 없군요. 은지네님, 휴지와 세제 잘 받겠습니다.ㅎㅎ 어젠 정말로 그 사진보고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좀 쓸쓸하더군요. 최지인님, 부지런한 햇살이긴요. 누구나 다 이만큼 노력하고 살테지요. 네,그러나 마음의 응어릴 가끔은 풀어야겠지요? ㅎㅎㅎ 작은돌님, 가을이 기다려지면서도 또한 두려워진답니다. 이 계절엔 많은 아픔들이 있지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겐 말입니다. 승리하는 자와 패배하는 자가 결정되거든요. ㅎㅎ
  • 작은돌 2006-09-20
    26년전 내 아들이 세상에 태어낳다는 소리에 얼마나 좋았던지...그 아들 얼마나 공부를 싫어하는지... 아들이나 그 부모나 많은 걱정으로 지나왔지요. 그러나 아들을 승리와 패배란 갈림길에 놓아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음악듣기,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내일을 위해 열심히 지내는 모습을 보며 \"세옹지마\"의 뜻을 되새기기도 하면서. 내 아들이 세상에서 열심히 걷고 뛰는 모습을 사랑하며 격려하며 걱정을 잊고 살아갑니다. |
  • 운주산야풍 2006-09-20
    세상에나~~~~~~~여태 집 없이 떠돌이???
    난, 그 집 좀 찾으려고 얼마나 헤맸던지요
    오늘 그 집이 보이길래 그동안 내가 못 보아서 미안한 맘에 들어왔는데...
    이제 집 장만 하셨다구요? 아래 꼬리 죄다읽고 알았지요
    축하 해요 이미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지던데 보일러 팡팡 돌리고 온기 가득하게 만드세요 아들이 이제 대학문제 얘기 할때면 나보다 동생??? 아님 결혼을 늦게 하셨나~~~~~난 이제 교육 문제에서 손 탁탁 털었어요
    이미 다니고 있는 학교 바꿀리도 없고... 맘 편하게 살고 있어요
  • 천성자 2006-09-20
    은지~네님이 오신후로 집들이 손님들이 많아졌네요.심술나려는데..참습니다^^(농담인거 아시죠?^^)어쨌거나 좋은 일만 가득하시라고 웃음 두고 갑니다.가내에도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라고요^^ 두 번 온거는 심술낸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이거 진짜루 믿으면 안되는데..너무 편해도 안된다니까 이래서..)암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