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발코니에는 갖가지 화초가 자라고 있다.
여러가지 식물 중 네팬더스는 열대 식충식물이다. 모습이 강낭콩 모양의 벌레잡이 통이
주럴 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 아들 동헌이가 좋아해서, 처음에 화원에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워낙 귀한 식물인지라, 사겠다고 해서 6000원을 주고 사왔다.
내 맘 같아서는, 돈 주고 사기에는 정말 아까웠지만 , 구하기도 힘들고 귀한 식물이기도 하
지만, 아들이 하도 간절히 원하니까, 어쩔수 없이 사 가지고 왔어도, 볼 때마다 너무했다
싶게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그래도 화초 물 주는 시간에 맞춰 꾸준히 물을 주었더니 새잎
이 나고 또 새잎이 나고 하면서 삐쭉하게 자라더라. 그래서 부목을 대어주고 정성을 드렸다.
그즈음에 함께 산 식충식물이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여름이 지날 무렵 거의다 죽고 이 네팬더
스만 유일하게 살아 남아었다. 하도 모양이 서글퍼서 별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가을이
지나면서 벌레잡이 통이 잎 끝에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조금씩 커지더니 지금은 제법 10CM
나 되게 자란 것도 있다. 참 신기하고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네팬더스는 잎 끝에 가느다란 줄이 달려 있는데 처음에 사가지고 왔을 때는 잎 끝이 말라
있어서 보기가 싫어 가위로 다 잘라 버렸다. 나중에 보니 잎끝의 줄에 가느다란 줄기에
달려서 점점 굵어 지면서 벌레잡이 통이 크게 생기는 것이었다.
성질이 급해서 차분히 살펴 보지도 않고,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지도 않고, 내 생각
만 하고, 말라버린 잎 끝을 섬퍽 가위로 잘라버린 나의 처사가 , 너무 경솔해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민망한 마음을 누를길 없어 말없는 네팬더스 앞에 가만히 앉아있다.
말은 못하지만 그동안 나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많이 속이 상하고 애를 태웠으리라......
하지만 꿋꿋이 잘 자라 준 네팬더스를 보며 나 자신의 허물을 보게 된다.
우리가 때맞춰 밥 먹듯이, 때 맞춰 물 주고 정성을 드렸더니 조용히 아무 말없이 자라 , 결실
을 보여 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기쁘고 유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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