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덜컹 애 부터 낳아버렸다.
엄마라는 만만찮은 자리에 대해서 구체적인 책임과 의무도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냥 막연히 안개 속처럼 뿌연 상태를 가진채 엄마가 되어 버렸다.
자신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주제에 애를 낳고 보니 정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매사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이ㅡ 허둥대고 살았다고 하는 표현
이 정확할 것이다.
중심자리가 뚜렷하지 못하고 기분에 휘둘리고 남의 말에 휘둘리고 정말 사는게
장난이 아니더라.
그러면서 서서히 이런 저런 일을 겪고 감당하면서 서서히 그것도 아주 조금씩
눈이 밝아졌다가 캄캄했다가 하면서 아! 이러면 되겠다 싶었다가 왜 이러지
잘 될 것 같았는데 하면서 수없이 반문하고 되물어 보고 남의 사는 모습도
보고 얘기도 듣고 누가 좋다고 하면 또 가보고 하다가 애들이 커면서 은근히
나를 가르치고 길을 들이더라. 남편도 역시 마찬가지로 수없는 불평과 불만을
쉴 새도 없이 들이대며 나를 길들이고 가르치더라.
그 소리가 듣기 싫고 해서 힘들고 벅차서 마음 여린 나는 수차례 병들고
아팠단다. 그러나 그래 봤자 아무 소득도 없고 나를 더 지치고 힘들게만
하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마음의 갈등이란 걸 깨닫기 시작했다.
깨달음으로 모든 일이 다 이루어 지고 풀리는 것은 아니더라. 그 당시에는
화두가 어떻게 하면 마음 편케 살수 있을까 였다.
선원에도 열심히 나가고 찬불가도 열심히 하면서 합창단원으로 열심히 노래 공양
도 하면서 살려고 살려고 옆에서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 할까? 이런 저런 생각
도 접어 두고 내 역량 껏 최선을 다해 살아 왔다.
어머니 아내라는 이 엄청난 자리를 그냥 부모님 은덕으로 날로 먹을 려고 했
으니 그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고 생각 되어 집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는 진리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의 원인과 결과 책임과 의무 등 모든 행동에는 이런 엄청난 댔가
를 언제 어디서나 꼭 지불해야 되는 냉엄한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늘 긴장해서 살려고 하지만 가끔씩 이완도 하면서 마음을 다 잡을려고 노력합니다
늘 부족한 자신을 깨달으면서 좋은 엄마 아내가 되려고 내 힘껏 애쓰고 있습
니다. 내가 날 위해서 최선을 다 할 때 모두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듯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나의 가장 좋은 안식처는 내 마음이라고 법문에서 배웠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어디가도 불편합니다.
나를 못 살게하고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자는 없습니다.
한 순간 마음을 바꿔 따뜻하게 대해 보세요. 상대도 같은 눈빛과 마음으로
나를 대할 것입니다.
남편에게도 늘 따뜻하고 푸군하게 마음 편히 휴식하고 충전을 할 수 있게 말 벗
도 하고 의논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일에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차분히 정리하고
다음 삶의 전쟁터로 내 보낼려고 애 씁니다.
애들에게는 가급적 저희들이 원하는 쪽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마음을 편안하고
활기차고 의욕이 끊임없이 샘솟듯 용솟음치게 삼시 세끼 끼니를 잘 챙겨 줄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한 우물을 파느데
필요한 체력을 돋우려 하고 있습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되고 끝까지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애들도 나도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내! 결코 녹녹하지도 만만하지도 아닌 지고 지순하면서도 지헤롭고 자애롭고
모든 것을 다 품을 수도 안을 수도 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자리 일 것 입니
다.
생이 있고 삶이 있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영원할 절대적인 자리 일 것입니다.
이렇게 엄청나고 큰 어마어마한 자리에 우리가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