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행운권 추첨' 만 했다 하면 당첨되는 친구가 있어요.
거 참 얼마나 부러워요?
난요.
'48년을 살아 오면서 그런 행운이 단 한번도 없었네요.' 가 아니라
딱! 한번 있었네요.
오늘 그 얘기를 한번 해 볼까 해요.
남편의 사업부도로 5식구 월세 방으로 전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여 년 전입니다.
어찌어찌하여 몇 년 후, 3천만원을 마련하여 30평 임대아파트에 입주를 했어요.
5년 후의 분양을 꿈꾸면서 말이죠.
그 후, 3년을 살았으니 2년 후면 분양을 받아야 되는데(2005년,작년의 일입니다)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분양 받을 형편이 안되겠더라구요
풀이 푹 죽어 지내던 어느 날 퇴근 후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분양권넘기실분-급매, 연락처:011-000-0000' 이란 글귀가 눈에 '확' 들어 오더군요.
거의 매일처럼 보는 메모인데 그날따라 왜 그리 크게 보이던지요?
자석에 이끌리듯이 전화를 했죠.
낭낭한 아가씨(공인중개사)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싸모님, 프리미엄 (?)천까지는 제가 해드릴께요.
17층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거던요?"
남편과 의논하여 이튿 날(금요일) 계약을 했답니다.
다음 날(토요일), 일찍 퇴근하여 전세집을 알아 보던 중 정말 맘에 쏙 드는 집을 봤어요.
바로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남편도 봐야할 것 같아
집주인에게 '3시쯤 다시 들리마' 하구선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그러마' 하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긴 남편이 저 혼자 계약을 하라구 해서 그 집엘 갔더니
벌써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한거예요.
너무나 실망이 되었어요.
그 당시 전세가 굉장히 귀하고, 또 맘에 쏙 드는 집이 없더라구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맡겨 놓기엔 너무 다급하고 불안해진 나는
울 막내(중3)를 데리고 온 동네를 샅샅히 훝기 시작했지만
집이 없는 거예요.
다리는 아프고 울고 싶더라구요.
너무나 실망하는 내게 울 막내,
"엄마, 하나님이 더 좋은 집을 주실려고 그럴꺼야." 라며 위로하더군요.
다음 날(주일), 교회에서 바닷가로 나가 야유예배를 드렸답니다.
예배 후, 준비해 간 음식과 싱싱한 회를 먹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데
"부르르르르르~~~~~~~~~"
진동해 놓은 핸드폰 소리!! 부동산중개업자였어요.
"사모니임~ 사모님 맘에 쏙 드는 집이 있는데..지금 함 보실래요?"
나 : "소장님~ 저 바닷가 멀리 와 있거던요? 저녁에라야 갈 수 있는데요?"
중개업자 : "저녁이래도 여름이니까 해가 길잖아요.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꼭!"
살던 집 비워 주고 길거리에 나앉을까봐 남편이랑 부랴부랴 운전을 해서 도착하니
오후 4시!
푸짐한 내또래 아줌마 중개업자랑 접선을 시도하니,
집을 3채나 보여주겠단다.
첫번째 본 집은 3층이고 넓고 좋은데 어쩐지 썰렁해 보였다.
그러나 가격이 우리한테 알맞아 계약을 하고 싶은데
남편이 별로 맘에 안들어 했다(눈은 높아 가지고^^)
부동산아줌마 : "진짜 더 좋은 집이 있는데...대형마트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나 : "그래요? 그 집은 얼만데요?"
부동산아줌마 : "고거이 쩝~ 가격이 좀 비싼데...."
나 : "그럼 안봐도 비디오네요. 괜히 눈만 높아질라..안 볼람니더..."
부동산아줌마 : "그래도 구경만 한번 해봐요."
나 : "싫심더. 난 돈도 없고예. 마~ 이 집이 딱 맞을 것 같네요."
부동산아줌마 : 울 남편 눈치를 슬쩍 보며 "에이~ 구경만 한번 해보래도요?"
울 남편 : "그래 구경만 한번 해보자."
두번째 본 집은 신축한 빌라였는데 내가 본 빌라 중에 젤루 이쁘고 맘에 들었다.
그러나 가격이 3천이나 더 비싼데...것도 내집 사는 것도 아니고 전센데..쩝~
맘에는 들지만 가격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덜을 보더니
부동산아줌마(진짜 수완좋은 아줌씨다) : "전세보다 2천만 더 주면 분양받을 수 있는데..."
2천만 더 주면 분양받을 수 있다는 소리에 울남편과 나 귀가 번쩍!!활짝!!
나 : "소장님~ 우리가 좀 더 의논해서 내일 연락을 드릴께요."
부동산업자 : "예, 꼭 연락주세요."
바이바이~~~~
나 : "자기야, 빌라 진짜 싸다. 안그렇나?"
울 남편 : "그래, 진짜 싸네. 아파트 반값밖에 안되네."
나 : 우리 일 한번 저질러보까?
울 남편 : "그래 내 생각이랑 우째 그리 꼭 같노? 빌라는 사면 손해라 카지만도
우리가 오래오래 살면 안되겠나..그라고 애들 대학 졸업하고 나면 시골가서 살자."
다음 날, 부동산업을 하는 내 소꼽친구랑 통화를 하게 됐다.
취득세랑 몇가지 궁굼한것 물어볼라꼬....
친구 : " 야~ 니 빌라 살라꼬!! 절대로..절대로 사지마라 ...내 생명을 걸고 말하는데 사면
안된다. 알았제?"
나 : 떨떠름하게 "으 으응.."
그러나 목숨 걸고 말리는 소꼽친구의 조언을 마다하고
남편과 나는 융자를 얻어 일을 저질렀다.
작년 7월에 말이다.
입주한 지 3달이 지났다.
재개발이 된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렸지만 '설마'했다.
근데 그 '설마'가 사람을 죽이는 '설마'가 아니라 사람 살리는 '설마'였다.
주민회의를 거듭한 끝에 '업자'와 타협이 이루어졌다.
3일이 지난 후, 친한 후배 신랑(재개발사업계통에서 일함)과 통화를 하게 되면서
집 얘길 했더니 금액이 회사측에서 만족하는 금액이니 좀더 기다리는게 좋을 것 같단다.
주민회의 결과 100% 의결이 되었는데 어찌 나만 빠질 수 있느냐? 그럴 순 없다 했더니
100%가 아니라 7~80%만 되면 통과되니 하여튼 빠지란다.
그때부터 고민이 되었다.
나만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고...
이웃들에게 눈치도 보일 것 같고...
며칠동안 좌불안석이다.
그러던 밤에 혼자 조용히 기도를 하는데 내 심중에 들리는 소리....
'절대 너의 욕심이 아니다. 초과되는 부분만큼 네가 평소에 하고 싶은던 것 있지 않느냐? 그것을 하면된다.'
남편과는 교회 청년부에서 활동하다 서로 눈맞아(?) 결혼했다.
쭈욱~ 한 교회를 다니다 3년 전에 어렵게 개척한 가난한 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이 교회는 정말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만 있다.
우울증환자, 자폐증환자, 지독히 궁핍한 자 등 등
너무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만 있다보니 교회도 가난하기 그지없다.
지하에 있는 40평 남짓한 교회는 여름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 냄새가 난다.
그 때, 내 기도 제목이 '지하에서 지상으로의 탈출'이었다.
주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을 해주신거구나 생각할때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올 1월에, 초과되는 보상금 5천만원을 보태 교회를 옮겼다.
지상 3층과 지하1층(습기도 없고 환경도 양호)으로....
토요일에 지역아동들을 대상으로 무상공부방 운영을 하며 나름대로 활기차다.
보상금을 받아 집을 사지는 못했다.
그러나 융자없는 큰 평수의 전세를 구했다.
물론 5천만원을 보태면 집을 살 수는 있었겠지만...
'그 초과되는 부분은 내돈이 아니었다.' 고 지금도 생각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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