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집에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 말이 나오질 않데…
‘미안해, 고마워, 따랑해…’
씩 어색한 웃음과 함께 꼭 말해야지 큰맘먹고 들어왔는데, 아그들 얼굴이 먼저 보이니 분위기가 안 잡히잖어… 나두 이젠 나이 먹었나봐. 자식들 앞에서 남편한테 이뿐짓 못하겠으니… ㅋㅋ
“장보고 올께.”
한마디 툭 던지고 나와버린 나도 참 못됬지.
‘어디 궁금해봐라.’ 하는 심보가 동해서 바로 장을 보러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향한거 있지. 참, 가기전에 커피숍에 들러서 아이스라테를 사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구. 가뿐히 혼자서 커피숍 들어가 아이들 신경쓰지 않고, 커피 맛만 보며 마시니까 목에 착착 감기더라구. 그 기분을 몰아서 도서관에 가서 한시간동안 인터넷을 했지. (나 정말 솔직히 고백하고 있는고야. 야속해도 미워하지는 말기~)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으며, 조용히 앉아 인터넷만 하니까, 보는 것마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 심정 알까나… 근데 도서관에서는 한시간밖에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한채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 속으로는 미안했던지 나오는길에 아이들 보라고 비디오 몇개를 골라왔어.
그리고는 곧장 장을 보러 갔다구. WinCo 에 가면 물건값이 싸니까 이것저것 집어올 것이 많아서 아이들 데리고 가면 힘이 많이 들거든. 카트도 가득 차는데 아이까지 들어앉아 있으면 내 힘으로 밀기에 너무 무거웠는데, 오늘은 정말 가뿐하더라. 나 이렇게 장볼 수 있게 좀 해주라…
돌아오며 생각했어…
당신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예 알려고도 하지않는 사람이라고…
아마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한테 이런 쏠쏠한 자유로움을 먼저 안겨주지 못할거라고…
하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당신한테 뭘 줄 생각조차 하지 않을거라고…
당신이 그런 사람인줄 알면서 왜 나는 당신한테만 그렇게 모진 사람이 되는거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두 천사같이 굴면서, 당신한테만은 악마가 되고 마는거지?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세상 사람 다 미워져도 당신만큼은 최고로 사랑하고 싶은데…
‘현모양처’는 아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인가봐……
나 나가버리겠다고 발악을 해도,
당신한테 못된 마누라 노릇해도,
내쫏지 말고 함께 살아줘.
여보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