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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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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깨나도 못할 일


BY 임혜경 2006-09-05

여보야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집에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 말이 나오질 않데

미안해, 고마워, 따랑해…’

씩 어색한 웃음과 함께 꼭 말해야지 큰맘먹고 들어왔는데, 아그들 얼굴이 먼저 보이니 분위기가 안 잡히잖어  나두 이젠 나이 먹었나봐.  자식들 앞에서 남편한테 이뿐짓 못하겠으니ㅋㅋ

 

장보고 올께.”

한마디 툭 던지고 나와버린 나도 참 못됬지.

어디 궁금해봐라.’ 하는 심보가 동해서 바로 장을 보러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향한거 있지.  , 가기전에 커피숍에 들러서 아이스라테를 사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구.  가뿐히 혼자서 커피숍 들어가 아이들 신경쓰지 않고, 커피 맛만 보며 마시니까 목에 착착 감기더라구.  그 기분을 몰아서 도서관에 가서 한시간동안 인터넷을 했지.  (나 정말 솔직히 고백하고 있는고야.  야속해도 미워하지는 말기~)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으며, 조용히 앉아 인터넷만 하니까, 보는 것마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 심정 알까나  근데 도서관에서는 한시간밖에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한채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  속으로는 미안했던지 나오는길에 아이들 보라고 비디오 몇개를 골라왔어.

 

그리고는 곧장 장을 보러 갔다구.  WinCo 에 가면 물건값이 싸니까 이것저것 집어올 것이 많아서 아이들 데리고 가면 힘이 많이 들거든.  카트도 가득 차는데 아이까지 들어앉아 있으면 내 힘으로 밀기에 너무 무거웠는데, 오늘은 정말 가뿐하더라.  나 이렇게 장볼 수 있게 좀 해주라

 

돌아오며 생각했어

 

당신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예 알려고도 하지않는 사람이라고

 

아마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한테 이런 쏠쏠한 자유로움을 먼저 안겨주지 못할거라고

하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당신한테 뭘 줄 생각조차 하지 않을거라고

 

당신이 그런 사람인줄 알면서 왜 나는 당신한테만 그렇게 모진 사람이 되는거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두 천사같이 굴면서, 당신한테만은 악마가 되고 마는거지?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세상 사람 다 미워져도 당신만큼은 최고로 사랑하고 싶은데

현모양처는 아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인가봐……

 

나 나가버리겠다고 발악을 해도,

당신한테 못된 마누라 노릇해도,

내쫏지 말고 함께 살아줘.

여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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