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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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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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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고생을 아느냐


BY 임혜경 2006-09-01

아들녀석 수영장에 데려다주는 차안에서 일은 시작되었다. 

벌써부터 수영가글을 꺼내들고 만지작거리던 큰 아이가 무어라무어라 하는데

운전하면서 한눈 팔지 못하는 엄마는

, , 이따가.’ 미루고는 수영장 건물에 도착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으그그…’ 또 일이 벌어져 있다. 

수영가글 고무밴드를 연결하는 플래스틱 고리가 부러져버린 것이다. 

조그만 부분이어서 본드를 붙여 쓸 수도 없게 되었다. 

순간 욱하는 나의 성격이 참질 못하고 튀어나와,

오늘 가글없이 수영해.”

하고는 야단을 쳐서 들여보냈다.

 

녀석을 보내놓고도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거칠게 차를 몰아 오면서도 계속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릴 떠나지 않는다. 

가글 렌즈에 긁힌 자욱이 군데군데 나있고, 두해 여름을 사용하고 나니

한참 자라는 아이에게 이젠 작다싶어

진작에 새것으로 바꿔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참이었는데도 말이다. 

 

뒀다가 작은아이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이렇게 컸단 말인가?’

몇푼 되지도 않는 가글 하나 못쓰게 된것이 그렇게도 아까웠단 말인가?’

이도저도 아님 뭐든 쉽게 망가뜨리고 걱정도 않는 아이가 미웠던 탓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니 아하 그거였구나.’ 싶은게,

오랫동안 찾지 못하던 정답을 찾아내기라도 한 듯 속이 후련했다. 

 

뭐든 흔하고 여유롭고 넉넉해서 아까운줄 모르고,

쓰다 잃어버려도 크게 속상해 할 줄 모르고,

후히 다른 친구들 나눠주고 들어와서는 또 사달라고 졸라대는 요즘 아이들. 

앞뒤 깨끗한 종이에 그림이 맘에 안 들게 그려졌다고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곤 하는 아이들,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것은 자기도 꼭 가져야만 하는듯이 말하는 아이들 

특히 땅넓고 뭐든 풍성하게 다량으로 생산해 내는

미국이란 나라는 은근히 소비를 부추긴다해도 과장이 아니다. 

아이들 연필도 한자루씩 파는 것이 아니라 열두개들이 한타스로,

하나만 있어도 되는 지우개를 네개들이 포장으로,

과자한봉지도 온가족이 둘러앉아 먹어도 남을 양으로 판매를 하니 말이다. 

쇼핑을 다닐라치면 한 카트 가득 넘쳐나도록 채워 장을 보는 집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모양을 보며

저걸 어떻게 다 쓰나,’ ‘언제 다 먹나.’

싶어 내가 괜스리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향해 우리 남편은,

아빠 어릴적엔 말야……”

라고 시작하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이런 장난감 구경도 못 해 봤어,” “없어서 못 먹었어,” “아까워서 쓰지도 못했어.” ……

그 다음에 이어오는 말은,

요즘 얘들은 이러쿵 저러쿵……”

 

아직 어린 아이들은 아빠 말씀에 아무말 없이 그저 묵묵히 앉아서 듣고는 있지만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듣기나 하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남편더러 그런 이야기는 해서 뭣하느냐 핀잔을 주곤 하지만,

요즘들어 나도 모르는 새에 나역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더란 말이다 

해가 갈수록 쇼핑 품목을 점점 늘게하는 아이들 옷이며 장난감이며 문구류들,

아이들 용품들, 아이들 먹을거리들, 망가진 물건들을 보며

아이들 키우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더니 아이들 둘 없었으면 우리집 부자 됐겠네.’

하는 생각을 나도몰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이 아무리 사실이라해도 우리 부모 세대만 했으려고

나의 아버지 역시 길고긴 고생끝에 자수성가를 이루신 분으로,

나와 내동생을 야단치시려면 젊은시절 고생하셨던 이야기를 레파토리처럼 넣으셨더랬다.  그렇게 듣고 또듣고 했던 이야기지만

막상 기억을 더듬어보려니 레터용지 반장도 채울 수 없는 분량임을 보며,

내가 얼마나 건성으로 당신의 말씀을 들었던가 반성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 다 흘려버렸을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깨닫게 된 것은,

아버지가 훈계조로 하셨던 아버지 시대의 고생담은

시대도 물정도 다른 우리 세대에서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뿐

효과적인 훈계방법은 아니었더란 것이다. 

누구인들, 어느 시대인들 편하기만 하고, 쉽기만 한 생활만 하는 것은 아닐테니,

고생도 시대따라 상황따라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고생도 모르는 이 녀석들아, 요즘 젊은 것들은 고생이 뭔질 몰라 탈이야…’

하는 씨안먹히는 비평이나 꾸지람은 접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이 아이들 틈바구니로 끼어들어가

이 아이들의 고생은 무엇인지, 이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은 무엇인지를

몸으로 맘으로 함께 느껴줄 수 있는 부모이고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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