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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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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싼 빤스


BY 임혜경 2006-09-01

우유랑 식빵만 사오면 되는데

두 아이들을 줄줄이 끌고서 마트에 가려면 깝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집안에 아이들만 남겨두고 나갔다가,

행여나 신고정신 투철한 미국인에게 발각이라도 되는 날엔

벌금이고 감금이고 뭐고 엄청나다는 말을 들어온 터라 그건 더더욱이 삼가할 행동이다. 

그리하여 우리집엔 우유든, 야채든, 과일이든 며칠씩 떨어져 있는 날이 종종 있곤 하다. 

불평않는 식구들이 고맙지...

 

큰아이가 자라면서 부쩍 엄마 따라다니는 일을 거부한다. 

특히 우체국에 가거나 은행에 가는 일을 싫어한다. 

제 눈을 끌만한 것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둘째아이가 자람에 따라 마트에 가는 일을 게을리한다. 

둘째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얌전히 카트안에 앉아 있질 않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을 집어들고 사달라 떼를 쓰기 때문이다. 

이런고로 우리집의 나들이는 자꾸자꾸 뜸해진다

 

오늘은 정말 큰맘 먹고 아이들을 집에 두고 다녀오기로 했다. 

엄마 금방 돌아올테니

절대 누가 와도 문을 열어주지 말고, 창문으로 내다보지도 말고,

전화도 받지 말라 이르고 또 일렀다. 

그리고는 둘째아이가 안 보는 틈을 타서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가 마트로 향했다. 

맘은 묵직했지만 몸은 정말 가뿐했다

 

정확히 20분만에 몇가지 장을 봐들고 집에 들어섰다. 

퉁탕퉁탕 두녀석이 이층에서 뛰어내려온다. 

큰아이가 기다렸다는듯이 뭐라뭐라 해댄다. 

듣고보니 엄마가 없는 사이에 동생이 팬티를 응아를 했다는,

그래서 제가 씻겨주고, 팬티를 빨았다는 

 

뜨아!! 

그 짧은 20분사이에 응아가 마려울 것이 뭣이람 

그렇다고 엄마 없으면 응아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이야?’

칭찬도 야단도 못한채 눈이 뚱그래져서 부랴부랴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름에 따라 풍겨오는 냄새가 짙어온다. 

대체 어디서 했길래 이다지도 풍긴단 말이냐

 

욕실에 들어가보니 세면기 안에 빨았다는 팬티가 놓여있는데

응아자욱이 선명한 채로 남아있다. 

휴지통 안을 가득 채운 누런 얼룩진 화장지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엄마 왔다고 안겨붙는 어린것한테서도 같은 냄새가 나길래

살펴보니 아직도 한쪽 다리에 흔적이 남아있다. 

세면기 여기저기에 튀어있는 누런물의 정체는 필시 아이의 그것이다 

어메

 

남편생각이 났다. 

아이가 팬티에 실례를 하면

아이아빠들은 으례히 더러운거 버리고 하나 다시 사라고들 한단다. 

그러면 아이엄마들은 질겁을 하며 이 아까운 것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궂이 빨아 몇번이고 다시 입히곤 한다는데 우리집은 반대다. 

배변훈련이 늦었던 큰아이 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일찍감치 기저귀를 뗀 둘째아이까지

응아한 팬티는 으례히 남편이 빨곤했다. 

솔직히 몇푼 하지도 않는 팬티 하나를 가지고,

냄새 풍겨가며 손 더럽혀가며 아이에게 잔소리해가며,

욕조에 몸을 반쯤 구부려넣고 편치도 않은 자세로

어정쩡이 앉아 빨래를 하려면 귀찮스럽다. 

게다 쉽게 색이 빠져나가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탓으로 하여 내가 마다하는 일들은 우리 남편은 말없이 한다. 

착하게도 

고맙게도

 

우리 남편이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낳고 살림을 했더라면 훨씬더 잘했을거란 생각은 언제나 변함없다. 

본인도 인정한다. 

내가 집안에 들어앉아 아이보고 살림하는 일이 힘들어 죽겠노라고,

정말로 이건 내 체질이 아닌것 같노라고 그렇게 울고 부르짖을 때

남편은 조용히 들어준다. 

때론 씁쓸히도 웃는듯하다. 

입으로는 마누라를 위로하고 있지만,

아마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가서 돈 한번 벌어 봐라.  어디 그건 쉬운 일인줄 아냐? 

아마 네가 돈벌러 다니고 내가 살림했으면 너는 돈번다고 유세했을거다…’

 

호호홍~~

이건 어디까지 나의 짐작일 뿐이다.

착한 우리 남편은 그런 생각 안 할거야.  절대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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