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또 한판을 했다. 남편은 대뜸
“또 블로그에 올려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시시콜콜 집안 이야기며 남편 흉보는 이야기를 자꾸 써올려
자기만 이상한 사람 만든다고 불평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주 대놓고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숨통 트일만한 것 하나 찾았는데 그것 하나도 못 봐주지.”
질세라 댓꾸하는 나역시,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던
속내를 기다렸다는 듯이 뱉어낸다…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밥때 되면 상차려 드려야 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이리 숨쉬고 사는게 힘든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뭐했냐고 시시콜콜이 따져 묻는 남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거하지마라 저거하지마라 간섭하는 남편도 아니다.
네식구 살림만 살아내면 되는 전업주부 생활이 뭐 답답하다고
이리도 숨통이 막히는지 모르겠다…
‘맘 안가는 일은 죽어도 몸이 못 가는’ 대쪽같은 (햐~ 말이 좋지!!) 성격에,
매사가 걸림돌이고, 하는 일마다 괴롭다.
무슨 일 한번 하려면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고 계획만 세우다가
제풀에 지쳐서 포기해 버리기 일쑤고,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만 많아 머리속으로 순서 정하다가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못한채 괜한 신경질만 내곤 한다.
한번 하려면 제대로, 확실하게, 끝내주게, 화끈하게
하길 바라는 욕심에 기대만 부풀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현실을 참아내지 못해 늘 폭발해 버리곤 하는 나…
어릴적엔 아버지가 그리도 무서웠고 두려운 존재같이 여겨졌다.
아버지만 집에 들어오시면
갑자기 내 숨통이 막히고, 심장이 쪼그라들고,
흐르던 피가 튀어나올 것만 같이 긴장이 되었다.
완벽주의자에 철두철미한 자신만의 잣대를 가지고 계신
당신의 마음에 흡족할 만한 딸이 되기엔 내가 너무나도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할때면, 고춧가루를 떨구고 김치만 쏙 집어가거나,
비게살 붙은 고기를 뒤적거리다 야단 맞을 짐작에 아예 젓가락을 대질 않았고,
그러다가 편식을 한다고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텔레비젼 앞에 한시간 이상을 앉아 있을라치면 많이 보는거 아니냐 꼭 한마디 하셨고,
명절이 되어 친척집에 놀러가면 세배하고 식혜 한사발 마시자마자
공부해야 한다 다그쳐 데리고 오셨다.
시간에, 돈에, 체력에, 생활에 쪼들리면서도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완벽하게 살아내려 노력하셨던
아버지의 생활철학이 내겐 목에 건 사슬처럼 여겨졌더랬다…
더 무서운건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지금도 그 사슬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늘 숨이 막힌다…
날 누구보다 이해해주고 도와주고 사랑해주는 남편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손가락질을 본다.
‘왜 밥을 안 지어놓았느냐.’ 고,
‘왜 그리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게냐.’ 고,
‘왜 그리 잠을 많이 자느냐.’ 고,
‘왜 그리 시간을 허비하느냐.’ 고,
‘왜 그리 돈을 절약하지 못하느냐.’ 고,
‘왜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였느냐.’ 고,
‘왜 이리 아이들이 지저분하고 엉망이냐고.’ 고,
……
내 숨통을 조르고 있는건 바로 내 손인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