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인 작은녀석은 놀기 좋아하고 공부는 질색인 아이다.
중간고사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 시험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다.
한달여 남은 기말고사에 대비하여 공부를 좀 시키자니 입이 아프다.
공부는 고사하고 일주일에 일기 두편, 독서록 두편 써가는 것도 힘겹다.
지난 주말에는 일기와 독서록 쓰기를 일요일까지 미뤄 놓았다가
외식하러 가는 데 그냥 두고 가겠다고 했더니 마지못해 개발새발 한꺼번에 썼다.
그 전 주중에는 달래고 어르고 엄포도 놓고 하다가 지쳐서
"학생이 최소한의 공부도 안 하려고 하면 난 그런 자식하고 같이 살기 힘들다." 고 했더니,
대뜸 "그럼 집 나가면 될 거 아니냐." 고 했다.
화가 치밀대로 치민 난 "나가려면 아무것도 입지 말고 나가." 라고 했다.
그날은 비온 뒤라 갑자기 추워진 상태였으므로 그리고 설마 발가벗고 나가랴 싶어서 그랬다.
책을 읽고 있었는데 큰애가 제방에서 나오더니
"어머니, 00이가 나간 것 같아요. 좀 찾아보세요." 하는 게 아닌가?
여기저기 찾아보니 아이가 없었다.
큰애와 내가 찾으러 나가려고 현관문을 여니
신발도 안 신고 발가벗은 채로 현관 밖에 쪼그리고 앉아 달달 떨고 있었다.
소행머리 생각하면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데리고 들어와 이불 속에 파묻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내 표정이 싸늘하자 작은녀석이 기가 팍 죽어서
"엄마, 공부할께요." 하는 게 아닌가.
"니 마음대로 해." 하고 학교에 보냈다.
그런 사건이 있은 후에도 아이는 뭐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분이 그 애에게 물으셨단다.
"집 나갔다가 뭐하러 도로 들어갔니?" 하시니까
"저도 더 버텨볼까 했는데 얼어죽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들어갔어요."
큰애는 무슨 일이고 결정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지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고 수행을 하는 편인데
작은애는 '당장 그 상황만 모면하면 그만이다' 라는 편이다.
잠깐 놀고 오겠다고 하고는 나가면 깜깜해야 들어온다.
그 애 찾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알아서 들어올 때까지 내버려 둔다.
독서록을 쓰기 위해 톰소여의 모험을 읽더니 저랑 똑같은 아이가 나온다고 신기해 했다.
오늘도 학교 안가면 안되냐는 아이를 보냈더니
쉬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
"힘들어서 그러는데 조퇴하면 안 되냐고."
살살 달래서 마치고 오라고 했다.
미술학원 한곳밖에 안 다니면서 뭐가 그리 힘드는지 원~
대안학교에 보낼 형편도 안 되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오늘도 아이와 씨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