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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만드는 석가탄신일의 연꽃등


BY 그린플라워 2007-05-24

오늘은 미술치료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날이라

일찌감치 가게로 가서 우선 급한 반찬을 몇가지 해두고 강의를 들으러 가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뱃살도 뺄겸 십여분남짓한 거리를 걸어갔으면 별일이 없었을 것을...

마을버스를 타고 사뿐히 가게 앞에 내려 종종걸음을 치는데 시야에 뭐가 걸린다.

자원봉사센터에서 행사를 하느라 가게 앞이 시끌벅적하다.

장애인들이 만든 비즈공예품과 분재류, 기증한 옷을 싸게 파는 옷 판매대, 그리고 풍선아트와 페이스페인팅코너 등등 볼거리도 많지만 그 중에 연꽃모양의 등 만드는 코너가 눈에 띄었다.

뭐든 만드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고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잠시 앉아 구경을 하는데 "만들어 보실래요?" 하는게 아닌가?

아무생각없이 덥썩 꽃잎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종이컵에 가지런하게 층층이 붙여놓으며 신바람이 절로 났다.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한말씀씩 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만들다 보니

반찬만들기는 고사하고 강의시간도 늦게 생겼다.

"저~ 이 꽃 다른사람들에게 만드는 법 가르쳐 주려고 하는데 꽃잎을 좀 주시면 안될까요?"

자원봉사자들이 좀 망설이는 듯 하다가 몇뭉치를 건네 준다.

 

만든 연꽃등을 가지고 가게로 가니 상가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미술치료가 끝나고 가게로 돌아와 물냉면을 만들어 도우미와 끼니 해결을 하고

밀린 반찬만들기는 젖혀 두고 연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사주문음식 만드느라 분주한 도우미에게

"전 부치는 것 빨리 끝내고 이거 만들기 배우세요."

천주교신자인 도우미도 꽃만들기에 가세했다.

 

상가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씩 달라고 한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할 수가 없어서 독실한 불자인 옆가게 친구에게만 한송이 줬다.

 

집으로 와서 큰아들에게 만들기를 가르치려 하니

읽던 책이 더 중요하다고 안만들겠다고 버티고 작은 아들은 개발새발 흉내만 내어 만든다.

 

집에 와서까지 다섯송이를 만들었더니 갈수록 모양새가 더 예뻐진다.

내일 자원봉사센터에 기증을 하고 꽃재료를 더 얻어와야겠다.

 

연꽃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

"연꽃 배워보세요."

"전 기독교인이라 싫어요."

"저도 기독교인이예요.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옆 가게 사람들은 묻는다.

"기독교인이신데 이거 왜 만들었어요?"

"전요, 기독교인이지만 다른 종교도 그냥 인정해요. 절에 가면 참배도 하고 예불도 드리고 설법도 듣고 심지어 공양도 먹고 와요."

 

종교란 믿음도 중요하지만 자기성찰을 바로 함으로써 자신이 믿는 종교를 욕되게 하지 말고

타인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내년에는 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미리 만들어 원하는 이들에게 더 많이 나눠줄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르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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