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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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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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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치다(쇼핑)


BY 그린플라워 2006-08-27

모처럼 쉬는 일요일, 큰맘 먹고 늦잠을 자려 했는데

애들이 학교가는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레슬링을 하는지 고함소리가 요란하다.

게다가 형에게 눌린 작은녀석이 울면서 내 품으로 들어온다.

잠자기는 다 틀렸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애들과 집을 나섰다.

정보과학도서관에 가서 과학실험으로 콜드크림만들기와 양초만들기를 했다.

그 물건들을 들려서 애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난 이왕 나선 거 명동으로 향했다.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결혼 전에야 내집 드나들듯 드나들던 곳이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남대문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남대문시장은 쉬는 상가가 더 많아 노점상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뭐 딱히 살 물건도 없으면서 그냥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돌아다녔다.

삶이 심드렁해질 때면 재래시장에 가서 그들의 치열한 삶을 보면서 마음을 추스리곤 했는데...

내 삶이 그들 못지않게 치열해진 후로는 재래시장나들이도 별 재미가 없다.

오래 걷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온다.

남대문시장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볼까 하다가 명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단 돈까스전문점에 들어가 돈까스정식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명동순례를 시작했다.

 

결혼 후 돈 주고 영화를 본 적이 없었으므로 영화나 한편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볼만한 영화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만 했으므로 포기하고...

밀리오레 전층을 다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옷은 값이 마음에 들지 않고,

값이 마음에 들면 옷이 마음에 들지를 않아 또 헛걸음만 하고...

 

맞은편 상가로 들어가 돌아다니는 중에 값과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드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철지난 옷이라 가을까지 보관하기가 귀찮아서 파격세일한다는 게다.

55사이즈 입는 난 왠만큼 작은 옷은 거의 다 소화가 되는 편이므로 일단 샀다.

점원이 "이 물건은 교환, 반품 절대 안됩니다."

"네, 그런데 옷이 좀 작아보이네요." 하니

"스판이라 괜찮을 거예요." 한다.

그길로 그냥 집으로 돌아오려다가 혹시나 싶어서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입어 봤다.

'오마나, 그 예쁜 옷이 입고 꿰맨 것처럼 너무 딱 맞는 게 아닌가?'

오십에 들어선 내가 이 옷을 입고 어찌 거리에 나설꼬?

깍쟁이 같이 생겼던 점원얼굴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도저히 못 입을 옷이므로 일단 다른 옷으로 바꾸기로 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다.

도저히 그 가게를 못 찾겠는 거다.

미로처럼 생긴 그 곳을 몇바퀴를 돌자, 눈설미 좋은 점원들이 힐끗힐끗거리기까지 하네.

거의 포기를 하고 누구 줄만한 사람을 생각해 봤지만 마땅치가 않다.

하는 수없이 그 건물을 나와 처음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들어갔다.

그제서야 그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옷 너무 꼭 맞는데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교환, 반품 안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팔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에휴~

돈을 더 얹어서야 겨우 다른 물건으로 바꿨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게 더이상 돌아다닐 기분도 아니고 그 길로 집으로 와버렸다.

 

다음부터는 혼자 돌아다니면서 옷 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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