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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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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마신 커피한잔


BY 돌모퉁이 꽃 2008-10-12

하루를 보내며 내일을 기다리는 의미는 모두가 틀릴게다
난 토요일을 보내고 주일이 되면 첫사랑의 설레임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올해부터 시작한 주일학교 선생님의 자리가 꼬물꼬물한 아이들에 대한 첫사랑을 안겨 주었다.
난 1학년 선생님이다.
아직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다 드러내기에 서툰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번더 안아주고 한번더 이야기해주는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하며 한명한명을 바라본다.
우리반 아이중에 가정환경이 조금은 힘든 아이가 있다.
경제적인 부분도 그러려니와 바쁜 일상에 사랑하는 모습을 다 표현하지 못한 부모님의 애정이 조금은 목말라하는 듯한 아이.
큰 눈망울로 배시시 웃으며 예배시간내내 나의 팔을 붙잡고 다리를 비비고 놓아주질 않는다.
가끔 헌금을 가지고 오지 않아 아이들 몰래 슬쩍 쥐어주는 헌금을 받으며 '죄송해요'하는 눈빛을 남기는 그아이를 바라보며 나의 주일학교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오늘은 유달리 예배시간내내 꼼지락거리며 예배에는 영 관심이 없는듯 내 얼굴만 바라보기에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고파 간식시간을 기다리는줄 알고 다른날보다  분반공부를 빨리 끝냈다. 헌데 간식먹으러 내려가라는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옆에 앉아 계속 내 다리만 부비작거리면서 몸을 비비 꼬기에
" 코코아 마시고 싶니? 한잔 마실래"
하고는 평상시처럼 동전을 꺼내 주었다.
다른떄같으면 입이 코에 걸려서 냉큼 콩콩거리며 달려갔을 아이가 가만히 고개만 살래살래 흔든다.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나를 쳐다보며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선생님. 밀크커피 드릴까요?"
허허... 코코아가 아닌 밀크커피란다.
그 어린마음에 동전두닢이 금지옥엽일텐데 선생님 커피한잔 드리고 싶어서 예배시간동안  그리도 몸을 비비 꼬았나보다.
정말 맛있었다.
그 어느때의 커피보다 더욱 달콤하고 향긋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커피맛을 느끼지 못했다. 고개 푹 숙이며 커피한잔 뽑아준 고사리 손이 자꾸만 생각나서 히죽웃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커피맛을 느끼지 못한채 마셔버렸다.
부족하고 불편함속에서 사는 시골아이들. 도시의 아이들보다는 풍족하지 못하고 여유롭지 못하지만
연필한자루 지우개 하나에도 감사할줄 아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