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남편은 화를 냅니다.
"내가 그렇게 주머니 확인하고 빨래 돌리라고 했는데, 왜 확인 안하는데....
빨래 하기싫으면 하지마라".
그러더니 얼굴이 붉으락 거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해버렸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남편은 일주일마다 로또복권을 삽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넉달째가 되어갑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는 한번도 빠짐없이 ......
남편의 용돈으로 사는거니까 제가 뭐라할수도 없고 해서 사는건 좋은데 만원은 넘기지 말고 사기로 약속을 했죠.
남편의 말에 따르면
복권을 사도 자기한테 그런 꿈같은 행운이 올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원짜리 한 장 덕분에
혹시나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도 있고 덕분에 힘든 일주일도 금방 지나간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로또복권을 사면 걸리던 안걸리던 그대로 모아둡니다.
물론 확인을 못한 복권은 작업복 안주머니에 고이 넣어 두기도 하죠.
그렇게 확인 못한 복권6장이 내가 확인 안하고 빨아버린 작업복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충 만져보니 아무것도 안 잡히길래 그냥 빨아버린건데.....
남편은 오늘 아침에 복권확인도 하고 또 새로 일주일을 버틸힘을 사기위해서 주머니를 뒤졌는데 손마디만한 물기도 아직 마르지 않은 동그랗게 뭉쳐진 로또복권 종이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것이었습니다.
나는 미안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희안한 기분이 들더군요
나도 잘 알수가 없는.....
그렇게 화를 내고 출근한 남편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로또복권 뭉치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펴보았습니다.
다행히 너덜너덜해지진 않았더군요.
그래서 신경을 바짝써서 찢어지지않게 하나하나 펴서 탁자위에 얹어놓고
마르기를 기다렸죠.
못쓰게 되진 않았으니까 내심 다행이다 싶더군요.
물에 젖었다 말려서 그런지 쭈글쭈글 해진 복권을 책속에 넣어서 눌러 놓고 두시간 정도 지나니 그런대로 많이 펴져서 확인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어요.
남편이 저녁에 퇴근하고 오길 기다려서 저는 미안하다는말과 다음부터는 꼭 빨래 할 때 주머니 확인해보겠노라고 다짐을 했죠.
남편의 좋은점은 화가나도 3시간을 안넘는 것이었어요
말려서 펴놓은 로또복권을 내놓자 아침에 언제 화냈냐는듯이
"꼭좀 확인해라".
라며 지갑에다 복권을 챙겨넣더군요
나같았으면 찢어버렸을텐데.....
그 다음날 점심때쯤 남편이 전화를 해서는 한다는말이
어제 그복권중에 오천원 짜리가 하나 걸려서 바꾼다며 좋아하더군요
6장이면 30번인데......그중에 하나 바꿀수 있게 돼서 이번주에는 오천워 아꼈다고....
그냥 버렸으면 어쩔뻔 했냐고....
아이같이 들뜬 남편의 전화목소리가 왠지 너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