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왔나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벽 5시 어두컴컴해고 서늘한 새벽공기가 자다깬 텁텁한 목을 시원하게 해주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새벽5시만 되어도 훤하게 밝은 아침을
더구나 안개가 잔뜩 낀 듯 공기까지 텁텁한 그런 아침을 만난다.
확실한 건 여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여전히 난 5시에 일어나서 자다만 부시시함으로 물을 찾아서 문 앞으로
삐적삐적 걸어나왔다.
조그만 가게를 하는탓에 24시간 문을 잠궈는 놓지만 셔터문을 내리진 않는다.
큰 대로변에 줄줄이 늘어선 다른 가게들은 모두 진한 회색의 셔터문을 내려놓았지만...
생수통을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뒤 다시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쇼파에 쓰러졌다.
내 코고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
7시 쯤이었을까?
좀전에 먹었던 물때문에 할 수 없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훤하게 밝은 문 앞에서는
MT를 갔다온 것처럼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서 있었다.
그러더니 한 명이 문 입구 바로 앞에서 쪼그리고 앉자 다른 한 명이 등을 토닥토닥 거려주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나는 문 밖의 그 두 여학생을 유심히 쳐다봤다.
등을 토닥거려주던 여학생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잠이 덜 깬 나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저 술 많이 마신모양이지.....정도
그러더니 등을 토닥이던 여학생이 구역질을 하는듯한 여학생을 일으켜 세워서 급하게
아래로 내려가는것이 아닌가....
왜저래? 하는 생각에
문을 열고 나가보았더니
가게문 입구에다 속에것을 한바가지 올려놓은것이 아닌가
순간 잠이 확 깼다.
그 두 여학생을 쳐다보니 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던지 택시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아니 아침부터 가게앞에다.....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뒤따라갔다.
택시가 금방 안잡혔기에 망정이지.....
학생하고 부르니 못들은척 하는것이 아닌가.
기분이 더 나빴다.
코 앞에까지 가서 인상을 찌푸리며 남의집 가게 앞에서 저렇게 하고 가면 어떡하냐고
신경질을 냈다.
그러자 가관이 따로 없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가....
나를 똑바로 째려보더니 하는말이
우리가 일부러 그랜것도 아니쟎아요..
그런다.
아니, 그럼 내가 잘못한건가.
죄송하다고 했으면 내가 더 화를 냈을까?
더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3분정도 혼자 열내서 말하다가 빨리가서 치우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한 말을 또 했다.
아니, 우리가 일부러 그랜것도 아니쟎아요.
그런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뒤통수를 눈물이 나도록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
지금 당장 치우고 가!!
하고는 가게로 올라와서 문 앞에 섰다.
어 그런데 이것들이 안따라오는것이 아닌가.
여전히 택시를 잡으려고 뚱하니 서있었다.
나는 그쪽을 쳐다보고 야!!하고 고함을 쳤다.
그제서야 귀챦다는 표정으로 올라오더니 빗자루를 찾았다.
건성건성 치우고 물 한바가지를 가져다주자 빗자루를 헹구고 그제서야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라면 내가 화낸것이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그정도의 일에 좋은말로 하지못한 내가 잘못한 것일까?
아침 7시쯤이었지만 날씨는 후덥지근한 한 낮을 미리 경고하는 듯 했다.
아침부터 기운빼게 만드네.....
하는 생각에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어졌다.
하늘이 자꾸자꾸만 뿌옇게 먼지 낀 듯 보이는 것이 내마음이 자꾸만 먼지가 끼여서 일까?
아니면 먼지 낀 세상에 살아서 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