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머리를 잘랐다.
점심 먹고 낮잠을 자지 않으려 십자수 하다가 문득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실행을해버렸다. 미용실 예약을 하지 않아 40분 넘게 기다렸지만
8월에 완결까지 보지 못한 만화책 네 권을 보느라 시간이 그리 지났는지도
몰랐다. 크크 <주인공이 죽두만... >
어깨에 닿지 않게 잘라주고 층도 내어주고 앞머리도 조금 길게 만들어달라 했다.
미용사는 3가지의 가위로 계속 자르두만. 싹똑싹똑 가위소리가 재미있게
들렸는데 바닥을 내려다보니 정말 많이도 잘려 나갔더구만.
20대 초반에는... 머리 자르면 정말 아깝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더라고. 나를 조여매는 무언가를 하나 털어 낸듯 아주 시원해.
남편이 지랄했지만 왜 잘랐냐고 지랄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그렇다고 지가 머리핀 하나 사주기를 해봤나, 내 머리를 한번 감겨줘봤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기르고 있는 머리인데... 감고 마르면 고무줄 하나로
묶기를.... 머리 꼬아가며 일하는 직장도 아니고 하루종일 거울 몇 번 들여다볼
여유도 없는데 괜시리 길러서 샴푸값 축낼 봐에야 자르는게 경제적이지 않겠어?
내년 3월쯤 다듬던지 웨이브를 넣던지 해야지.
어릴때야 남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듯 해서 신경도 많이 썼는데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걸 알았지.
약간 곱슬기가 있어서 뒷머리가 뻗치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내가 내 뒤통수 볼 수도 없는걸. 살면서 내 인생에서 중요한건
머리길이가 아니란걸 알았지. 비록 보석도 없고 통장 잔고도 없고
빚이 좀 있긴 하지만 내 몸 멀쩡해서 내 주변정리 내 힘으로 하고
파랑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울고 웃고 있는 지금의 내가
계속 있으면 좋겠어.
머리는 밥 먹으면 또 자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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