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남녀 간의 우정에는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그 까닭은,
그들은 그 때에는 남자고,
여자인 것이 중지되었기 때문이다. -A 모루아-
내게
노년은 10년쯤 후에
아님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간 후가 아닐까?
욕심이겠지만.
어쩌면
여자인 것이 중지되는 것이 노년이라고 하면
나는
그 노년에 도달하는 것을 거부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푸른 잎 무성한 여름나무처럼 싱싱한 젊음은
이미 지나쳐 갔지만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시간을 아주 조금은 남겨두고 싶다.'
여자이어서 행복하다,'는 광고 카피가 있다.
나는
나는-
여자이어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주체로 쓰는 소설이고 다시 재연되지 않는 관객 없는 연극이다.
연극에 주인공은 나이고, 연출·관객까지도 나의 몫이 된다.
삶이 연극이나 소설과 다른 점은 다시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 무대에 올리면 그것으로 끝이 된다.
나의 삶이 나의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무대에 올리진 못한다.
나의 아둔함과 치기로 문제가 발생되면 그것으로 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나비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무모함으로
지금 나는 준비도 없이
나의 무대에 올린 나의 연극을 즐기고 있다.
내일에 내가 부서지고 망가진다고 해도.
두 번은 살수 없는 삶이기에
나는 내게 온 지금 이 시간을 포기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