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꼴인-꼴인-
‘라이프치히 젠트랄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G조 2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5분 박지성의 발을 떠난 공이 프랑스골문으로 빨려들어 갔다. 1:0으로 지고 있었는데 1:1부승부가 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경기시간 내내 애가 타서 안절부절 하던 아들은 동점골이 터지자 아파트 전체가 울릴 만큼 큰소리로 골인을 외쳐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은 조심을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서 방안을 걸어 다닐 때도 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이웃에 소음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체격이 좋은 아들은 그동안 각별히 조심을 하였는데 경기에 점점 몰입하면서 급기야는 자고 있던 딸아이까지 뛰어나오게 하였다. 동생을 덥석 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들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해설가도 되었다가 감독도 되는 아들은 축구가 인생의 전부처럼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전․후반 90분에 온통 쏟아 붓는 그라운드의 선수처럼 아들도 90분에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축구에 관한 광적이다.
TV화면에는 온통 붉은 물결이 출렁거린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외쳤는지 목소리까지 갈라져 나온다.
한국과 토고 전 때 아들은 휴가를 얻어 서울 시청 앞 광장까지 가는 열정을 보였다.
오래 전에 읽었던 어니스트 M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주인공인 로버트 조던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만약 내 70년의 인생을 팔아 70시간을 산다 해도 지금의 나로선 조금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걸 깨달았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긴 세월이니 앞으로 남은 생애니 하는 따위는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다만 현재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현재야말로 찬양해야 할 것이며, 그것을 가지고 있는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937년 5월의 마지막 주,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토요일 오후에서 화요일 점심시간까지 약 68시간의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이야기이다.
‘손이 안되면 온 몸으로 막겠다’던 우리의 수문장. 전체적인 기량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 라 하던 프랑스를 확실하게 막아주었다. 치열하기만 했던 90분이 지나갔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죽을지언정 질 순 없다,’며 온몸을 불사른 일전이었다. 프랑스전 무승부는 오직 승리를 위해 마음을 합한 태극전사와 국민이 함께 만든 한편의 휴먼드라마가 아닌가 한다.
이틀이 지났다.
신문. 방송은 여전히 붉은 물결이고 월드컵이야기다.
다시 보아도 감동의 순간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고맙기만 하다. 하면 된다는 희망의 종소리를 울려준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부상당한 선수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6월의 신화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