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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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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복식


BY 해빙기 2008-10-18

 

주흘산을 두 번째 오를 때 였다.

3월인지 4월인지,

한낮이면 볕에 등을 맡겨도 좋을 만큼 따뜻하던 봄날이었다.

가벼운 차림으로 주흘산에 올랐다가 바람불고 추워서 많이 고생했다.

날씨정보를 듣다보면 문경·봉화·풍기 쪽으로 기온이 다른 지방보다 낮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번 주흘산에서도 점심을 먹는 동안 많이 추었다.

산에서는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점퍼가 필수이기에 기능성 옷을 배낭가방에 꼭 준비하게 된다.

지난번 한라산 등반에서 고생했던 아낙도 따지고 보면 준비 소홀이 가져온 결과였다.

청주공항을 출발했을 때 그녀와 그녀 친구가 입은 같은 색상의 옷을 보고 내가 갸우뚱했었다.

청록색 점퍼였는데 땀 배출이 안 되는 옷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낙의 남편에게 '애 엄마 옷도 사주징' 했다.

아낙의 남편은 정말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옷 사러 가자고 했지요'

그랬더니 돈 주면 사 입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시장에 가더니 둘이 똑 같은 옷을 사 입고 왔잖아요. 한다.


기능성 옷이 비싸긴 비싸다.

살림하는 아낙이 일년에 서너 번 입겠다고 500$에서 1000$정도 가는 기능성 옷을 쉽게 사지는 못한다.

일단 남편부터 입게 하고는 자신은 그냥 대충 입는 것이 아낙들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산을 오르다 보면 꼭 필요한데도 그 필요성을 몸으로 부딪치기 전에는 알지 못하기도 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땀이 나서 아무리 추워도 겉옷은 벗게 되는데 벗은 옷 또한 부피와 무게가 있으면 가방에 집어넣기가 곤란해진다.

비싼 값을 한다고 기능성 옷은 접으면 무게도 무게거니와 부피도 아주 작아진다. 산 정상에 올라서 잠시 입게 되지만 그때 보온 옷이 참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신여사 남편이

가방에 꼭 뭉쳐와서는 꺼내지 않고 있자 착복식 하라고 성화를 댄다.

하도 미적거려 내가 '브래지어 착복식은 어떠' 했다.

안될 것도 없제. 근디 비 주야 되는데. 한다.

주여사 말에 신여사 남편, 뚱한 대화에 실실 웃기만 하더니 가방을 열고는 옷을 꺼내 입는다.

~


나 역시 기능성 점퍼를 살 때 많이 망설였다. 가격이 높아 쉽게 결정을 못했다.

남편은 내가 평생 사지 못할 것을 알았는지 직접 사들고 왔다.

색깔도 치수도 맞지 않았지만 5년째 잘 입고 있다.

그렇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사지 못했을 것이다.


신여사 남편

새옷을 입어서 그런지 사람까지 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