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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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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 후기


BY 해빙기 2008-10-13

 

   S선생은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S선생은 전교조 사태로 많은 교사들이 구속당했을 때 침묵하였던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속죄로 군사정권 7 년 동안 신문도 보지 않았고
방송 또한 듣지도 보지도 않았다.
S선생이 했던 일은, 퇴근 후 술을 마시고 울분을 토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취하는 날이 많아졌고 술이 S선생의 정신을 파먹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정신을 지배하면서 선생은 행사 때마다 그의 탁월한 식견은 빛을 잃어갔다.
해마다 10월에서 11월 사이에 *홍명희문학제가 열린다.
 
생각해 보니 벽초선생이 머물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무대가 되었던 안성 칠현산 칠장사를 다녀온 지가 한참인데 아직도 정리하지 못했다.
  올해로 13회가 되는 홍명희문학제를 6회때 충북대학개신문화관 세미나실에서 열었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행사 후 뒤풀이 시간이 없다면…….
 

  나 역시 뒤풀이 즉, 저녁을 먹은 후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순전히 뒤풀이 때문에 참석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주머니 얇은 문학인들이라 그 시간이 대단할 것도 없이 막걸리를 대접에 부어 마시거나, 소주잔 부딪치는 것이 전부지만 술잔이 여러 번 돌아갈수록 목소리들이 높아간다.
문학이란 한 길을 가는, 목적이 같은 사람들 속에도 무리가 만들어지고 유유상종이라고 편한 사람끼리 자리를 하게 되는데 D선생은 늘 여인천국 속에 있는 듯 보인다.
  어느 여인이 가져왔는지 장미다발이 식탁 위에 놓여있고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내 앞에 앉아 연속해서 술잔을 비우던 S선생의 눈이 자주 그 쪽을 주시하더니 슬그머니 일어난다.
잠시 후 S 선생이 살아진 곳에서 외마디 소리가 들려서 달려갔더니,
선생은 행사를 보고 면식이 있는 작가를 따라 뒤풀이 장소까지 온 어느 여인을 잡겠다고  휘청휘청 달리는 건지 걷는 건지 하고 있었다.

 우세스런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웃옷 소매를 잡는 나를 뿌리치면서 선생은 돌진했고, 영문도 모르는 여인은 연신 비명을 지르면서 무작정 뛰어간다.
하는 꼴을 혼자보기가 아깝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 여인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부러워 할 만큼 고운 얼굴이었다.
제발 그만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내게 선생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왜, 왜 여자들은 죄다 D선생만 좋아하냐고?

그말에 웃음이 터졌고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다 아팠다.
그 다음날 '술 이야기'를 써서 바로 발표해 버렸다. 글 속의 숨은 의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후에 S선생의 집에 들렸다가 시집에 선생의 친필을 받아서 그 여인에게 전하는 것으로 그때 일이 마무리되었지만 하여간 술 때문에 생긴 일이다. 선생은 술이 깬 다음에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그 여인이 D선생의 숨겨놓은 여인인 줄 알고 D선생 보호차원에서 그리 하였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고 말았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깝지만 참여에 목적을 두고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보니 성격을 아는 사람들하고는 죽이 잘 맞는다. 죽이 잘 맞는다고 해야 술잔을 비우는 정도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지 못해 비죽되는 것보다 확실한 술동지가 있다는 것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