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지나가고 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세월은 찾아오더니 또 지나가고 있다
세월이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울 뿐이다
내가 다 품어 안지도 못했는데 오늘이란 세월이 반이나 흘러갔다.
다시 오늘이 가면
또 다른 오늘이 찾아 올 것이다.
언제쯤이면 오는 시간을 거부감 없이 받아 드릴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나는 무던히도 세월을 앞지르려 하였다.
겨울이면 무작정 봄을 기다렸고
목련이 뚝뚝 떨어지기도 전에
바다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막상 여름이 다가오면
내 마음은
갈잎
떨구는
어느 산사를 헤매고 다녔다.
기다리던 가을을 맞으면 맞이하면,
좀약 냄새나는 서랍장을 수도 없이 열고 닫았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오늘과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가슴 부풀었던 건 같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더 이상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아니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다.
기다리기는커녕 지나는 세월을 붙잡기도 힘겨웠다
어쩌면 이렇게 세월이 빠르게
지날 수가 있을까.
한해가 지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으로
사치스럽게도 눈물 몇 방울 떨구기도 하던 내가
그랬던 내가,
꽃피는 봄을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