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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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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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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무덤가에도 아카시아가


BY 단미 2007-05-13

 



하얀 옥양목  바지저고리에 하얀 버선까지 신은 꼭지가 엄마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잠든 듯이 누워 있지만  숨을 쉬지 않고  엄마는 하염없이 꺼이꺼이 소리죽여가며 피를 토하듯 목까지 턱턱 막히는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겨우 걸음마 떼고 아장아장 작은 걸음 걷더니 이세상이 싫었는지 지상에 꽃들이 축제를 시작하느라 마술처럼 옷을 갈아입고 요염한 자태로 노래를 부르던 오월의 어느날

천상의 뜨락으로 작은 아기는 엄마의 울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더나버렸습니다


또 다른 세상의 소풍을 위해서 일까

아니면 이세상의 꽃보다 더 예쁜 꽃이 필요해서 아기 천사는  천상의 화원으로 우리 꼭지를

데려간것일까


이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40년이 다 지나가는 세월인데도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내 유년의 어린날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산천에 아카시아향이 숨 막힐 듯 다가올때면  몰랑 몰랑 했던 우리 꼭지의 발바닥이 생각나고  내 등에 업혀서 혀짜른 소리로 언니를 노래하던 세 살박이 아기의 옹알이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이제는 잊을때도 됏는데  천상으로간 꼭지는 오월이 오면 언니 가슴으로 들어 옵니다


유난히 머릿결이 반짝이며 윤이나고 검고 하얀 눈동자가 또렷했던 꼭지는

친정엄마가 지금은 육십을 바라보는 오빠를 놓고 내리 딸을 셋이나 놓았다고 엄마를 죄인아닌 죄인으로 몰아치던 할머니가  구박하던 날들을 감당을 못해서  서러움의 날들로 살아가던 가난한 우리 엄마가 시름 시름 아플때  잉태를 해서  어렵게 이세상에 나오게된 우리집 4번째 딸이랍니다


꼭지는 그렇게 축하 해주는이 없는 이세상에 놀러왔다가 

알록 달록한 꼬까 고무신 한켈레 겨우 남겨놓고 엄마 가슴에 피멍을 남겨놓고 작은걸음으로

가버렸습니다


꼭지가 아프게 된 이유는 아버지가 초상집을 잘못 다녀와서 부정을 탄 것이라고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붉은 팥고물을 입힌 시루떡을 해서 조앙에다 바쳐놓고 성주님 조앙님 찾으면서  기도를 하고  할머니 자신이 며누리 구박해서  이런 불상사가 났다고

누워 있는 엄마를 붙잡고 울면서 죄많은 시에미라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가슴을 열어 놓았지만 꼭지는 시름 시름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당산 무당을 불러서 큰 굿을 했습니다

대나무를 흔들면서 춤을 추던 무당이 엄마 어깨위에다  커다란 칼을 들이대면서

주문을 외울때  숨어서 보던 나는 엄마 죽는다고  한참을 울면서 옆집명희 엄마 치맛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의 정성도 엄마의 기도도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리석을 만큼 착했던 엄마는 할머니 몰래 꼭지를 들쳐 업고  오리가 넘는 황톳길을 걸어서

읍내 병원에 다녔습니다

조금식 차도가 있는 듯 햇지만  어린 꼭지는 이세상이 정말 싫었는지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할머니가 큰채에 계시고 엄마 아버지가 작은채에  계셨는데  밤새 도록 호롱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엄마의 울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어린 나는 우는 엄마를 달래고 누워있기만 하는 꼭지를 자꾸 흔들어댔더니 엄마는 꼭지가 더 아프다는 말만 했습니다


엄마의 젖이 채 마르기도 전에 눈감아버린 어린 딸이 마지막 입고갈 옷을  한땀 한땀 바느질 하던 엄마의 얼굴은 누렇게 떠서  우리마당 흙색갈과 같았습니다


하얀 옷을입히고 광목으로 꼭 싸서 아버지는 꼭지를 지게다 얹고 가마니로 펍허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엄마는 뒤 따라서가슴에 묻을 어린딸을 공동묘지에 묻기 위해서

괭이를 들고 싸리대문을 나섰습니다


마을 뒷산 공동 묘지에 묘비도 없는 작은 무덤이 하나 생기고  엄마의 가슴에는 바위보다 무거운 덩어리가 생기던 그날은 비가 온종일 내렸습니다


딸만 내리 놓는다고  구박을 하던 할머니 도  늘상 엄마곁을 지켜주시던 아버지도 이세상

소풍 끝내고  혼자서 큰집 지키는 쓸쓸한 엄마는 우리 육남매가 모여서  웃고 떠들때면

가끔씩  천상에 먼저간 꼭지를 그리워 하면서

머쟎은날 만날거라고 쓸슬하게   거치른 손등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지금쯤은 할머니랑  아버지랑 한집에서  마당 가득 이쁜 꽃들이 피고 사시사철 새가 노래

하는 천상에서 이세상에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들  받아가면서  행복한 날들 보내고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믿고 싶은 나이든 언니의 마음입니다


이 글을 쓰는동안 자꾸 울컥 해져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려 더 쓸수가 없습니다


간절한 언니의 마음이 천상에 전해졌으면  합니다

이제는 흔적이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공동묘지   동생 무덤가에도  아카시아가

하얀 버선처럼  피어 서  진한 향을 품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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