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친정에서 모였습니다 언니야 빨리 내려온나 언니야 내 휴대폰좀 갖고와 어데있는데 문갑우에 함봐라 조용하기만 하던 친정마당이 왁자지껄 해지고 골목에는 정으로 뭉친 우리 식구들이 얼쭈 열일곱 여덟이 되는듯 복작복작 거립니다 올케 언니랑 여동생이랑 막내 올케 그리고 나 이렇게 여자들은 한껏 멋을 내고 몸빼 바지 질근 동여매고 긴 남방으로 팔뚝 가리고 시커먼 색안경에 창 넓은 모자에 뽀얀 피부 거슬릴까봐 흰 수건을 하나씩 모자위에 걸치고 골목에대기중인 일톤 화물차 짐칸에 올랐습니다 오빠는 운전석에 엄마는 조수석에 나머지는 모두다 짐칸으로...... 미리 자리잡고 있는 가마솥이랑 아이스 박스 사이로 궁뎅이 들이대고 삐집고 앉으니 역시나 조선땅은 늘어난다는 진리는 불변하나봅니다 “출발 한다 단다이 잡아라” 우릴 지켜보던 옆집 아지매가 “야들아 잘놀고 온나”하고 손을 흔드신다 결코 여유롭지 못한 일상 때문에 하루를 짬내는데도 며칠이 걸리고서야 모두들 오늘 만나게 된것이다 이름하여 친목도모 장소는 우리집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감천이라는 제법 큰 냇가 북적이는 인파도 없고 입장료 안내도 되고 비싼 바가지 숙박 요금에신경 안쓰도 되지요 더구나 간단한 식재료는 인심좋은 할부지네 밭에서 공수 하면 되구요 아직도 햇볕이 뜨겁지만 오빠가 짐칸 귀퉁이 네 모서리다가 대나무 장대를 곶고 그위에 그늘막을 씌워서 시원 하게 달릴수 있었습니다 농로를 지나고 나지막한 산길에 들어서니 길가에펼쳐진 옥수수밭이 고 파란 옥수수는 수염을 말려가면서 익어가고 그밑에는 빨간고추가 소담스례 열려 있고 미리 찜해 놓은 냇가에 도착하니 맑은 물이 우릴 반기니 그늘 좋은 다리밑에다 짐을 풀었습니다 아이스 박스에 끼지 못한 수박이랑 맥주를 냇가 바닥 땅을 파고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서 담궈두고//// 오빠랑 제부는 가마솥을 걸고 시골 마당에서 잘자란 암탉 다섯 마리를 통째로 솥에 넣고 불을 지피기 시작 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잘마른 풀이랑 깍정이를 주워 왔습니다 이미 장작에는 벌겋게 불이 달아오르고있엇지요 조카들은 물놀이에 정신이 없고 놀란 피라미가 삼십 육계를 하고 고요한 시골 풍경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어우러 집니다 오늘 하루 주방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몸빼 여자들은 늘어 나는 뱃살 아랑곳 하지 않고 가져온 과일이며 오징어를 씹어가며 요리사로 변한 남편들을 보고 흐뭇해하고 수다가 요란 합니다 드디어 피식 피식 솥뚜껑사이로 김이나고 닭 익어가는 냄새에 입술 새파래진 조카들 까지 한자리에 빙 둘러 앉으니 제부의 에프터 써비스가 제대로입니다 먹음직한 닭다리 하나씩 들고 호호불어가면서 방금 밭에서 따온 풋고추 고추장에 푹 찍어서 빠작 빠작 소리나게 씹으니 달자지근한 맛이 닭고기랑 착착 감기네요 알맞게 차거워진 소주가 눈물을 흘리며 등장하고 “형님 받으시오 아우받으시오”“자 처남도 한잔 ” “언니야 우리도 한잔 하자” 두올케에게 권하니 큰언니 시어머니 눈치 살짝 보더니 이내 한잔 꼴깍 마십니다 난 이런 언니가 참 좋다 이에 질세라 막내올케 쭈욱 마시고 “형님도 한잔 하이소” 라며 잔을 건네니 사랑스런 막내올케다 오가는 술잔속에 우리들의 정이 깊어가고 적당히 취기오른 얼굴은 저녁노을을 닮았습니다 오빠의 18곡이 나온다 어디서 배신만 당했는지 배호의 배신자여 배신자여 우리 오빠는 구수한 된장 처럼 노래릏 잘하신답니다 동생은 바가지를 엎어놓고 장단을 맞추고 제부는 양은 냄비를 뒤집어쓰고 숱가락 마이크로 진행을 합니다 이쯤 되면 숱가락 마이크는 현철 좋아하는 우리 엄마 앞으로 가지요 “청춘을 돌려다오/////////” 굵은 주름 맺힌 엄마는 안동 화회탈이되어서 즐거워 하십니다 “자 이제는 서씨집안의 종부를 모시겠습니다” 언니의 18곡은 좀 우습다 “하늘과 딸사이에 꽃비가 내리더니/////////” “언니야 그 래파토리좀 바까라 그나이에 안어울린데이” “고모야 나는 이기 좋다” 언니는 끝까지 숱가락 마이크를 고수 하고 박수까지 받아 낸답니다 “며눌 손자 다본 호호 할매가 꽃비가 뭐꼬” 다시 핀잔을 주지만 언니는 즐겁기만 합니다 “자자 우리의 호프 막내 처남을 소개 합니다” “얼씨구 씨구 들어 간다 ”어디서 주워 왔는지 깡통에다 숱가락 두들기며 등장하는 우리 막내 동생은 언제 봐도 재치 덩어리 이며 만능 애터테이머지요 고함도 많이 지르고 실컷 웃었다습니다 이제는 제 2막시작이다 “언니야 한판 두드리자” “그냥가면 섭하지” 이내 동양화가 등장 하고 우리는 두패로 나눠서 판을 벌입니다 “오빠요 똥 잡수소” “처형요 똥 받으소” 얼마나 흘렀을까 배가 출출 하다 싶었는데 엄마는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옥수수를 한소쿠리 내 오십니다 “야들아 돈 따는거 고만하고 이거 무거래이 맛나다” 아 맛있다 옥수수를 먹느라 고스톱은 잠시 접고 어릴적 이야기로 돌아간다 엄마 아빠 따라서 들에다니던 얘기 등등 오빠가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 이야기를 하니 모두들 눈물이 그렁 그렁 하고///// 그러자 남 동생이 시골장 갔다가 고아 될뻔한 여동생 애기를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야들아 이제 물맛좀 보자 오빠가 먼저 냇가로 들어서자 모두들 따라 들어가니 물장난에 몸빼 여자들은 줄겁기만 합니다 누군가가 피라미를 잡자고 했다 우리는 강아지풀로 피라미를 한 마리씩 낚았습니ㅏㄷ 좀 느린 피라미는 손으로 잡았지만 이내 손바닥을 매끄랍게 빠져 나간다 제법 많은 피라미가 잡히고 우리는 고것을 돌팍위에 올려 놓고 꼬들해지도록 말려서 밀가루 반죽 옷을 입혀서 팔팔끓는 식용유에 집어 넣었다 ‘삐지직 “소리를 내더니 노란 튀김이 뽀글 뽀글 거리며 동동 뜬다 뜨거운 튀김 호호불면서 입에 넣으니 뼈까지 씹히는 고맛또한 기가 차다 조카들이 서로 먹겠다고 튀김 냄비에 달라 들고........ 후식으로 잘익은 수박을 뚝 쪼개서 먹고 해가 지고도 한참이나 있다가 우리는 아쉬웠지만 자리를 떴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밤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조카들은 별자리를 찾느라고 지칠줄 모르는 종다리처럼 재잘재잘 즐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