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라빛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했더니
어느새 새악시 버선같은 아카시아꽃잎이 하얀 속살을
부끄럽게 드러내고 오월 훈풍에 진한 향기를 날리운다
이렇게 밤이 익어갈때쯤이면 진한 향은 절정을 이룬다
25평 빌라뒷산에는 온통 아카시아로 가득차서 향의 축제를
맞이한다 이따금씩 노래해주는 이름 모를 새들의 청아한 소리는
운치를 더해준다
이런 날이면 나는 오월의 여왕이된듯 다소 오만해져도 좋다
너무 행복한 감미로움이 묻어나는듯 하다
불현듯 필름은 어릴적 우리집 앞마당으로 돌아간다
우리집 마당 한모퉁이에는 키큰 아카시아나무가 몇그루 있었다
여름이면 우리집 큰 암소가 쉴수 있도록 근사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우린 아카시아꽃을 딸려고 지개작대기를 휘두르기도 했었다
가끔씩 오빠가 아카시아꽃을 따주기도 했지만 꼬맹이들은 장대를 들고
꽃을 따곤 했다
하얀 꽃잎을 먹기도 하고 잎으로는 가위바위보 하면서 한잎씩 따면서 내기를했다 진 사람이 저녁에 마루닦고 방청소 하기 등등/////
그리고 언니는 아카시아잎을 쪽 훝어내고 줄기를 반으로 접어서
우리에게 파마를 시켜주곤 했었다
반으로접은 줄기를 머리카락에 대고 돌돌 감아서 묵어두면
웰빙 파마가된다
꼬맹이들은 뽀글뽀글해진 머리가 풀어질까봐 머리도 감지않고
조심스례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침이되면 헝클어진 머리만
남아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중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해맑은 눈동자 만큼이나 맑은 마음을
지녔던 꼬맹이시절이 우유빛 추억되어 아련히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