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아빠..뭐 가지고 갈것도 없는데 형제들 모이는데 자두나 한 박스 사 갈까?>
음력 6월15일이 친정어머니 생신겸 우리 다섯 자매의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아파트 1층에서 외롭게 혼자 사시는 어머니는 이 날만은 온 집안이 왁자지껄 사람사는
집이라며 8순의 노인네 주름진 얼굴이 아이 마냥 좋아하신다.
부모란 저런것이구나를 느끼는 딸들의 날들이기도하고..
전주 이씨 종가집 장손집에 아들이 없어도 우리집은 참 잘도 굴려간다.
언니들이 워낙 위에서 잘 하니 우리들은 그저 따라가는 분위기이다.
내일이면 ...
설날에도 찾아가 뵙지 못하고 어머니 생신때나 찾아 뵈는 못난 딸이지만
어머니 그리움이야 말로 표현하여 무엇하랴..
고생하며 키운 막내같은 내째딸이 누구보다 잘 살것이라 믿었던 그 딸이..
모든 짐 싸서 시골의 노인들네들 수발하랴..해보지도 않던 농사일하랴..
그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내가 헤아릴 수 있으랴..
나는 어머니의 손톱 밑에 가시 같은 딸이 었다.
며칠 전 눈을 조금 다쳐 걱정이 앞섰는데 그래도 갈 수 있을것 같아
친정 피붙이들이 좋아하는 자두나 한 박스 경매시장에 가서 사가지고 가야지싶어 이야기 하니 <그러지> 하면서 차를 몰고는 과일경매장으로 간다.
그렇게 내일 우리 아이들과 친정행을 예약하였다.
두째 주 토요일이라 아이들도 학교를 쉬기에 아침 일찍 서두르는데 남편의 상태가 좋지않다.
아예 오늘 아침은 눈을 뜨지 못한다.
서둘러 아이들을 깨워 오늘 외가집에 가지 못하니 아침 챙겨 먹으라하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장서방이 조금 눈을 다쳐 우리는 올 해 집에 못갈것같아>
괜히 목소리가 떨렸다.
어머니도 놀라신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걱정하실것 까지는 아니니 안심하세요>
<지금 병원 가려다 엄마 기다리실것같아 전화 드리는거에요>
엄마도 목소리가 떨린다.
더 이상 엄마와의 통화는 서로 가슴 아픔이라 얼른 끊었다.
<엄마 ...병원 갔다와서 전화 드릴께요..>
<그래...여기는 걱정말고 어서 병원이나 갔다오너라>
그렇게 어머니와 전화를 끊고 병원으로 향했다.
과수원에 농약을 치다가 눈에 원액이 들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자꾸 손수건으로 눈을 닦은게 눈에 상처를 많이 내어 며칠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고한다.
이제는 아무것도 볼 수 도없고 한 며칠 고생을 하여야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아버지의 손발이되어 모든걸 해결하여준다.
아무것도 힘이 되어줄 수 없는 시부모님은 뒤에서 걱정만 태산이다.
참 이럴때는 여자인것이 싫다.
내 마음 한 구석은 저만치 밀쳐내놓고 시부모님 하루 세 끼 걱정에..
남편의 아픔까지 껴안아야하고..
아이들에게는 이런 마음까지 숨겨 좋은 어머니 노릇도 하여야하고..
마음이 심란하여 마당으로 나오니 한 쪽 구석에서 나를 기다렸을 자두가 그때 생각이 난다.
자두 사 가지고 가니 아무것도 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얼마나 언니들께 전화질을 해대었는지..
그러면서 시골살면서 이렇게 싱싱한 자두를 가지고 가는 나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였는가..
그 친정피붙이들이 기다렸을 자두가 오두커니 창고의 칙칙함을 뒤로하고 맛난 자두향을 풍기고 있었다.
하나를 꺼내 옷에 쓱쓱 닦아 한 입 베어무니 그 맛난 자두맛이라니..
처음으로 맛 본 올해의 자두맛은 새콤달콤함이 아니라 빨간 거짓말같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