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요.......장씨 아씨요'(강원도 사투리로..)
크게 함 불러보는데 메아리만 되돌아옵니다.
올 해 처음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산골 가다랭이 논 4마지기..
어제 밤에 남편은 문중땅 4마지기 올 해 우리가 부치는데 거기에 흑향미를 심어야겠다며 일
찌감치 논갈러 간다고 나갔다.
아침은 먹고 나갔지만 하루종일 산골논을 갈려면 배가 고플것 같아 부침개 몇 조각을 부치고
미숫가루를 한 통 타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산골논을 가자면 길이 험합니다.
비포장이라 울퉁불퉁..
통에 넣은 미숫가루도 춤추고...자전거도 춤을 춥니다.
겁이 많은지라 자전거에 내려 아예 내가 자전거를 끌고갑니다.
다른 논은 아는데 처음인데다 오월의 숲이 모든것을 가려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않아 무섭기
도하여 크게 한 번 불러봅니다.
'아씨요...장씨 아씨요'(요즘 티비에 나오는 강원도 사투리가 정겨워 한 번 따라 해 봄)
그래도 장씨 아씨는 대답이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이곳저곳을 찾아보니 산중턱에 트랙터 지붕이 쪼매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트랙터지붕만 보고 올라가니 길이없다.
남의 논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물이 철철 넘쳐 다시 돌아가고..또 가니 길이없다.
'아이구 길도 없는 이 논을 올 해 우리가 부친다 말이가....'
"남들은 농지정리가 잘되고 차도 잘 들어가는 도로가 옆에 논도 많은데 우린 왜 맨날 이런 산골논만 있어 가지고 이 고생이람.."
혼자 중얼중얼...
남편은 트랙터를 몰고 어떻게 저 산중턱에 올랐단 말인가'
'아씨요...어떻게 올라 가요?'
남편은 들리지않은지 논 가는 일만 열심이다.
장화를 잘 신고왔지 이렇게 숲도 깊고 풀이 우거져있는데 장화를 신지않았다면 벌써 집으로
돌아갔을것이다.
꾸불꾸불한 길을 돌고 돌아 논에 닿았다.
덥기도하고 숨이 차서 씩씩거리면서 어떻게 올라왔는지 물으니 저 산 옆으로 길이 있다고
돌아돌아 왔다고 남편도 길이 좋지않아 내년에 부치겠는지 모르겠다고한다.
"그래도 도지도(논 부치는 세금)얼마되지도않고 물도 산에서 바로 흘러 좋고 이렇게 땅도 좋은데 어떻게 한 해만 부치고 안부치냐" 하면서 논을 한 번 둘러보니 완전 구불구불한 계단식
가다랭이 논이다.
남편이 내년에 포기할까보아..
"보경아빠 그래도 도로가 논보다 이런 산골 논이 쌀이 더 맛있고 공기도 좋고 물도 좋잖아.
어떻게 한 해만 부치고 내 놓냐? 안그래?"
남편의 힘듬을 알면서도 나는 오랫만에 여우짓을 해본다.
혼자서 이 논 저 논 좇아다니면서 물보랴..논갈랴...등 뒤가 흠뻑 땀이다.
올라오면서 힘들다고 투덜거린게 조금 미안해진다.
"보경아빠 내가 오늘 일찍 부지런 좀 떨어서 부침개를 세 종류 부쳐왔다"
"미나리전, 파전, 산나물전..."
지금이 10시이니 이걸 부쳐서 여기까지 올려면 일찍 시작했을것 같으니 남편도 내가
기특한지 마음과 다른 소리를 한다.
"힘든데 뭐 할려구 부쳐와' 하면서 손은 벌써 부침개로 가고 있다.
"내가 힘드냐,,,뭐...일하는 당신이 힘들지..." 하면서 미숫가루를 컵에 따라 준다.
지금 한참 모내기 준비중이라 남편은 요즘 매일 바쁘다.
그런 바쁜 여름을 위하여 일찌감치 쑥을 뜯어 말려 검은쌀, 검은깨, 현미,현미찹쌀, 검은콩.
노란콩.땅콩,보리쌀을 넣어 해마다 미숫가루를 준비하여 이렇게 여름을 난다.
중참을 끝내고 남편은 논을 갈고 논둑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니 참 좋다.
아카시아향이 날리는 이 산속에서 트랙터에 앉아 논을 가는 남편의 모습이 옛날 책상물림하
던 남편의 모습보다 더 멋지다.
그럼 나는 아카시아꽃이나 따볼까나..
하루 종일 그렇게 아카시아꽃을 따서 차 만들것은 그늘에 말리고 거실에 향기나게 한 바구니 즙 낼것은 흑설탕에 담아두고나니 부자가 따로없다.
우리집 오월은 아카시아향과 모내기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