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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들길을 걷다보니..


BY 시골아낙 2006-05-19

오월의 들길을 걷다보니..
작가 : 시골아낙
 

흙에서 생명을 만들어내는 우리부부는 아침을 먹고 같이 나갈때도  있지만 대게 남편이 먼저

나가고 집안일을 마치고나면 바쁜 일이 있으면 나도 거들어줍니다.

과수원에 스프링쿨러를 돌려 사과나무와 고추에 물을 주러간 남편..

별 바쁜일이없어 오랫만에 혼자  차 한 잔을 식탁에 두고 여유를 부려봅니다.

이제 사방에서 아카시아 항기가 진동을 할것인데 조금 쌀쌀한가 싶은 오월 아침의 바람결에 꽃잎을 틔운 아카시아향이 사알짝 지나갑니다.

 

그마저도 여유라고 울리는 전화벨소리..

물을 가지고 가지않았다고 물좀 가지고 오라는 남편의 전화..

"에구..내가 십 분을 앉아있기가 무섭네 그려, 그마저도 포기하고 들로가자 들로..."

꿀을 듬뿍 넣어서 시원한 꿀차를 만들어서 밀짚모자  눌러쓰고 긴소매옷과 장화를 신습니다.

시골길은 가끔 뱀이 나와 항상 들길을 갈때는 장화를 신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와야할일이 있으면 자전거를 이용하고 그러지 않으면 들길을 걸어갑니다.

 

걷다보면 오월의 들길이 나를 반깁니다.

집을 나서니 들길은 야생화꽃 천지요.

파란하늘 아래에는 아카시아향이 진동을 하고..

목마를 남편 생각보다 내 눈은 온 천지에 빛을 발하고 서 있는 야생화에 내리꽂칩니다.

자운영, 토끼풀,애기똥풀,냉이꽃....이름을 아는 꽃보다 알지 못하는 꽃이 더 많습니다.

자연히 걸음걸이가 느려집니다.

 

조금 가다보니 귀가 들리지않는  어머니가 걱정이되어 도시로 나가지않고 시골에서 오이와 토마토농사를 짓는 승식이 총각 모자(母子)가 보입니다.

어머니는 잘 들리지는 않지만 항상 외아들이 걱정인냥 아들옆을 서성이며 도와줍니다.

그 모습이 좋아보여 또 멀건히 보고 서있는 나..

그렇게 먼 산 구경하다가  논둑길에 빠지기도합니다.

 

조금 더 가니 정년퇴직을하고 노부부가 이곳으로 오셔서 꿀벌을 치고 작은 텃밭을 가꾸며

앞마당을 이쁘게 가꾸고 사시는 성당다니시는 부부가 밭에서 잡초를 뽑고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반가워 큰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하시던 일을 멈추고 하얀 이를 내보이시면 손을 흔들어 웃어 주십니다.

참 보기좋은 부부의 모습입니다.

 

내 큰 인사소리에 바로 윗집에 사시는 혼자 사시는 먼 형님뻘되시는 형님(연세가 93세이신데 정정하시어 지금도 거뜬히 살림을 꾸려가십니다)이 나오시면서 큰소리로 노부부께 물어옵니다.

"깨 심은겨?"

"네"

"언제 심은겨?"

"우리도 어제 심었는데 이놈의 까치와 비둘기 땜시 내가 죽겠어"

그러고는 동네가 시끄러울정도로 세수대야를 두들깁니다.

'개개개개갱...개개개개갱....'

이 소리만 나면 우리부부는 과수원에서 일을하다가 놀라기도하고 한편으로는 해마다 저렇게 새를 쫓는 형님의 건강함을 보는것같아 기쁜 웃음을 흘립니다.

 

형님은 젊은나이에 혼자되시어 외아들 키우는 재미에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장사를 얼마나 하셨든지 정수리 부분만 머리가빠져 훤합니다.

다리가 불편하시여 오고가다가 힘든것이있으면 달려가 도와드렸드니 과수원에 우리 기척만 들리면 아들이 사다드린 요구르트라도 한 줄가지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리에게 주고 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은 작년이나 올해나 똑 같습니다.

큰소리로..

"동상(동생)하고 동상네 욕 본다"(경상도말로 수고한다는 뜻)

어떨땐 거친듯이 보이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 곱디고운 마음이 엿보입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오신 아드님편에 도라지씨를 보내옵니다.

 

이렇게 싱그러운 오월의 들길을 걷다보면 고마운 마음들의 사람을 이쁜 자연을 만나는 시골살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