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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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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과 유채꽃


BY 시골아낙 2006-05-01

 

작년 이맘 때 텃밭에 심어둔 삼동초(겨울초)가 겨울동안에 얼어 죽었다가 올 봄에 탐스럽게

올라왔습니다.

 

뜯어다가 겉절이도 하고 쌈도 싸 먹고하였다.

하우스에서 키운 보드라운 맛이 아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나는 여러날을 참고

기다려온 맛이다.

며칠 전에는 어머님께서 자꾸 쫑이 올라온다고 모두 뽑아서 먹을만한것만 소쿠리에 한 가득담아두셨다.

 

겨울초가 올라오던 텃밭을 보니 씨 받을 몇 개만 꽃대가 올라와서 노란 유채꽃을 맺었다.

물김치 담고 또 겉절이도 해 먹고 삼겹살에 싸서도 먹고 하고는 조금 남은것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점심때 냉장고에 든 삼동초를 씻어서 쌈을 조금 싸 먹고는 별로 싱싱하지도 않은것같아

버리기도 그렇고하여 그냥 싱크대 한쪽 구석에 던져두었다.

하루가 지나고나니 시든 기색이 역력하여 부엌에 놓인 음식물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저녁때 밥을 하다가 음식물쓰레기가 배수구통에 가득하여 버릴요량으로 쓰레기통을 열어보니 노란유채꽃이 쓰레기통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온갖 음식물쓰레기가 놓인 그 자리에 어울리지않게 노랗게 이쁘게 피어서 절 버린 나를 바라보는게 꼭 '날 버리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는것같았다.

 

다른때같으면 무심히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닫아버렸을 그 순간이..

그날은 무심히 넘어갈 수 가 없었다.

이때껏 우리를 위하여 추운 긴 겨울동안 땅속에서 기다리다가 이 봄에 우리 식구들에게

맛난 역활을 한 삼동초꽃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쓰레기통에서 버려지게 할 수 없을것 같아

이쁘게 피어난 유채꽃을 꺼내어 깨끗히 씻어 조그마한 음료수병에 꽂아 식탁에 두었다.

 

저녁 식사시간..

식탁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유채꽃을 본 식구들의 반응도 제각각..

남편...아니 밖에 가면 지천인 유채꽃을 달랑 세 송이를 꽂아둔게 이상하다는듯이..

아이들..." 엄마 진짜 이쁘다 ".

 

식구들의 의외스러움에 유채꽃 세송이가 식탁에 올라온 이유를 설명하였더니 우리 아이들..

" 역시 우리 엄마는 감정이 풍부하셔".

남편도 그냥 한 번 씨익 웃고는 만다.

 

자연과 접하고 사는 이 시골살이가 나를 이렇게 작은것 하나에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