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 꽃 이현옥 붉은 영혼 강을 건너다 발목이 빠진다 쏜살같이 달리는 세월과 함께 달리기란 얼마나 숨 가쁜 일인가 더러는 너와 포개져 네 몸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쉬고 싶다 아니면 그냥 벗은 몸 그대로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채로 산다는 것은 참나무 굴뚝에 활활 타고 숯으로 남는 것 꺼진 듯한 불꽃 다시 피우며 살아내는 것 때로는 심장 가득 슬픔을 채워두고 보고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꽃 한 송이 피워내는 것 소낙비처럼 쏟아내는 거친 숨소리 가만히 덮어두고 몸속에 남아있는 흔적을 닦는 것 머릿속에 감긴 필름을 되돌리며 간혹…웃다가 간혹…울다가 숨넘어가도록 황홀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