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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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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늙으면 장애인이다


BY 천정자 2014-07-18



나도 분명히 늙을텐데..

이건 아주 용한 점쟁이에게 두둑한 복채주고 본  점보다 더 정확한 건데.

나중에 나도 새벽에 일어나다가 매일 그렇게 잘도 다니던 화장실에서 넘어질 수 있다는 거, 아프거나 다리 한 쪽 못쓰면  화장실가서 바지 내리는 것 부터

다시 바지를 올려 자크를 올리기 까지의 나무늘보 보다 더 느린 동작의 역경을 겪던가. 오른팔이 다쳐 깁스를 하고 왼팔로

젓가락을 못 집어 수저로 나물을 퍼 먹고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씹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왼손도 부지런히 수저나 젓가락 질을 연습해 둘 걸  지난 날

뭐하고 사느라 아직 그런것도 못 배웠냐고 분명히 후회만 하고 있다가 

나에게 밥을 해 먹이는 부모님의 정성과 부단하게 자식들만 생각하는 그 골똘한 집념에 새삼 미안해지고 어렵고 부끄러운  생각을 꼭 할 것 같다.

 

벼라별 생각에 젖어 나같은 미련한 잠퉁이가 잠을 못 자고 불면증에 걸리게 생겼다. 남편이 사십 대에 잇몸이 부실해서 빠진 이 대신 틀니를 늘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헹궈내고 닦는 것을 보면서 분리되는 영혼을 짐작하다니 나도 참 어처구니 없는 맷돌 심정을 좀 짐작하나 보다. 남편과 아내가 서서히 같이  늙어간다는 것은

내 몸이나 다른 몸이나 어느 구석이 부실해져 정으로 아님 말 없는 눈빛으로 또 매 한 끼마다 곁들인 마주보기등 그 이루 말 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일상들이 다 거진 인생이라고 말한들 누가 딴지를 걸 수 가 없다. 누군 그렇게  안 살고 그렇게 유별나게 산다고 한 들 나이 안 들고 늙지 않는 거 꿈이라고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부분이 절대 아닌것을 너무나 잘 안다.

남편은

전에 튼튼했을 때 젊은 치아가 전혀 남의  것 마냥 이미  잊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인데 가끔가다가 잇몸이 아프다고 하면 나는 한 마디 한다.

"잇몸이 추억을 살리나 보다.."

 

 만약의 상황이 나에게 느리게든 아니면 빠르게든 닥쳐서 아이쿠..이를 어쩌면 좋아. 늘 걱정하는 눈으로 오 갈 데없는 신세가 될 터인데. 남편도 나한테 한 방의 대답이

"너두 이빨 왕창 빠지면 알 겨 내 심정을.."

 

어쨌거나 남편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니고 틀니 제대로 착용한 남편이다.

그래선가 옛날엔 어지간히 기차 화통 삶아먹은 큰 목소리가 이젠 좀 작아졌다.

어쩐지 온 동네가 그렇게 조용하더라니.  

 

자식을 잘 길러 한 밑천 종잣돈 부풀리듯 그런 꿈같은 세상은 애시당초 꾸지도 말라고 하니 도대체 뭘 믿을 수가 있나. 하긴 그 잘나가는 권세도 명예도 하룻밤 지새기 무섭게 곤둑박질 치는 거 일도 아닌 세상이 지금이다.

 

그나저나 나는 미리 내가 꼼짝 못하고 누워서 똥싸고 퍼질러 앉아도 미친년 자빠졌네 안하고 어휴..잘 싸셨네요..변색도 황금색이예유...오늘 참 좋은 날이네요. 하루에 한 번은 똥을 싸야 건강하시답니다..노후대비로 이런 사람 하나 제대로 알아 볼까 아님 있는 자식 잘 살펴 나를 버리지 않고 옆에 꼭 붙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나이들어 그저 말 안해도 등허리 가려운데 알아서 긁어주는 것만 해도 어딘데.

이래 저래 그냥 볼 것 도 없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아들 삼계탕 해줄테니까 닭사오라고 아들 놈 보고 문자 보낸다고 했더니

 마트에서 알바하는 힘들게 일하는 아들을 부려 먹는다고 남편 또 잔소리 시작이다.

 

이젠 나도 한 소리 해야지.

저 놈 장가가면 내 아들 아녀유~~~

당신 아들도 아니구~~

긍께 같이 살 때 겁나게 시켜 먹어야 한다구유..

 

당신 몸 보신 당신 마누라가 해주지 또 누가 있남?

해 줄 때 잘 먹어요 없을 때 그 때 찾지 말고.

 

내 말에 남편 눈만 꿈벅꿈벅

깨갱이라는 표정이다.

 

사는 것이 별 거 있간?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