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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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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안하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BY 천정자 2012-11-03

요즘 내가 좀 이상하다.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많다.

얼마전 교통사고 난 후 생긴 증세가 곰곰히 역추적을 해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였던 것 같다.

 

글을 모르면 문맹이고 길을 모르면 길맹이다.

글은 아는데 길을 잘 모르면 길치가 된다.

이 길치에 기계를 모르면 기계맹!

불과 십여 년 전엔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설레는 가슴을 안고 우체국 가는 길도

골동품처럼 됐고, 왜 이제야 이렇게 옛날처럼 손가락으로 돌려 걸리는 다이얼 전화도 해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지금은 우표 한 장에 얼마인지, 일부러 우체국에 전화 걸어 물어보고 싶고,

일부러 천천히 구비구비 미로처럼 얼킨 골목길도 찾아 걷고 싶은데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 작고 볼 품 없던 것이 새롭게 보고 만지고  싶은 것이 강렬하다.

 

밥먹는 것처럼 한 끼 한 끼 더해가는 나이 먹는 것을 부인 할 수가 없다.

꼭 얼굴에 주름만 느는 것이 나이가 아님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애들 다 커 빈 방이 된  문을 열어 볼 땐 더욱 그렇다.

남편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보니까

아 ! 이래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같이 사는 부부가 되는 것이구나 했다.

 

밉고 싫고 온갖 정 다 들어버린 관계.

결정적으로 부부란 이렇다 요점정리를 해도 모자름 없다.

미워하는데 한 오 년  걸리고

진짜 정내미 뚝 떨어졌는데 할 수 없이 같이 산 것도 한 오 년,

자식 때문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오육 년 어물쩍 넘어가고

이젠 늙어 두 남녀를 누가 데려가지 않으니까 할 수 없이 같이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만은 나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기대치 수명에 맞춰 살려면 앞으로도 이 삼십 년 남았는데 큰 일이다.

눈빛만 봐도 말 길을 알아들을 정도인 천생연분이 아닌 이상

남자는 영어, 여자는 한국말 하는 국제결혼한 부부도 아닌데 도무지 의견교환이 어렵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았다고 해서 저절로 자동문 열리듯이 마음이 읽혀질 리는 없다. 그렇다고 남편보고만 문제가 많다고 하는  아내인 내 입장만 변명으로 일관한 핑계일 뿐이다. 여러모로 이렇게 저렇게 다른 시선으로 남편을 지켜보다가

자구책으로 자꾸 남편의 말을 들어 볼려고 하는데

들어주면 뭐하나 내 말은 도통 접수가 안된다.

 

남자의 생각엔 특히 남편의 사고방식엔 도대체 마누라에 대한 개념을 어디서 어떻게 정리해둔 것인지 머릿속 창고에 잘 보관만 해놨나, 애당초 어디서 공부를 해도 그렇게 고정불변하게 단단하게 정립한 것인지 신기 할 따름이다. 이게 모두 나와 같이 살다가 굳어진 습관이나 버릇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생각의 방정식인지 모르겠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데, 앞으로 일 이년만  같이  살다가 누가 먼저 떠날 줄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관계가 더 새롭게 애틋해져 있을 때 잘 해주라고 그 말도 맞긴 한데, 유독 이런 말은 남편에게 더 잘 하라는 것처럼 남자들만 잘도 애용하고 써 먹는다. 아이구 참 아내가 먼저 떠나면 당사자는 홀아비 되어 적막하게 막막강산처럼 살지도 모른다.

 

제발 요즘 시대에 좀 맞춰살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게 아니라 부부 사이가 좋아지면 노후에 심심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들인데, 내가 요즘 이 남편을 골똘히 연구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남편의 취미는 늘상 나 돌아 댕기는 거고, 나는 집에 콕 박혀 방한퉁수 체질이니 성격 맞으면 그야말로 이상한 어불성설이다. 남편은 여기 저기 좋다는데 다녀와선 꼭 나랑 한 번 더 가야 한다는 법을 따로 어디서 허락받은 줄 착각을 하고 있고, 어디 가는 것을  세상 귀찮아 하는 나는 언제 거길 또 가냐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럼에도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단다.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느 신부님이 강연하는 것을 들어보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심 적막강산이고,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 할머니는 금수강산이라고 하셨단다. 그러니 같이 살아 있을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나. 아는 것 많아지면 바뻐지고 골치 아프다고 하더니 아내 말은 남편의 귓가에 언저리만 간지럽게 할 뿐이다. 잔소리도 해 본 사람이 잘 한다. 이상하게 아내이고 여자인 나는 이 잔소리를 잘 못한다. 그래선가 아내인 나 대신 남편이 허구헌날 한 소리 또하고 토씨하나 안 틀리고 시간 맞춰 녹음했다가 재생하는 것처럼 나에게 잔소리한다. 잔소리가 왜 잔소리인지 알게 된 이유가 내 귓가에만 간지럽히지 도저히 귓 속까지 접수가 안된다. 접수가 되어 시정이 될려면 잔소리가 아닌 의견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데, 부부간의 이런 의견이 접수 되는 것은 진짜 소귀에 경을 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되었다.남편이 내 말을 접수 못하듯이 나도 마찬가지가 된 경우다. 서로 같이 오래살면 말 안 해도 서로 마음을 다 알 것같은 그런 감정은 일방적인 착각이었다. 

 

어찌됐던 애들이 다 커서 나가니 단 둘만 남은 부부가 할 일은 이제부터 싸우느냐, 아님 어떻게맞추느냐 갈등의 기로에 섰다. 어쩌다 같이 쉬는 날 밥도 누가 하냐 까지 이런 거 저런 거 서소한 것들도 안 따질 수가 없었다. 말이 그렇지 살아온 지금보다 더 몇 십년 같이 살 동안 밥은 마누라만 해줘야 한다는 법 없고. 집안 청소도 같이 해야지 남편은 앉아서 밥상 받아야 한다는 식은 만약에 둘 중에 누가 먼저 떠날 때 많은 불상사가 기다리고 있다. 작은 공동체처럼 부부의 사는 방식이 요즘 트렌드라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니 다른 집도 다 그렇게 사는데 왜 너만 특별하게 그러냐고 짜증낸다.

" 그럼 그렇게 해주는 다른 집에 가서 살어!" 나는 이렇게 말했는데 접수가 안되는 말이라도 확고하게 의견을 전달해야 두 번다시 이런 일가지고 싸울 일이 없었다. 

 

나도 살림을 잘 못해 전국에서 그 유명한 살림치인데, 뭐하러 허구헌날 서로 못한다고 지적질에 싸워가면서 사는 것도 곤역이라고 했다. 그 잘 못한다는 지적에 날로 살림 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없이 되레 잔소리 때문에 헤어지는 부부도 많은데, 적어도 나이들어 노후에 같이 잘 살려면 공동으로 운영해야 하는 살림이다.  돈도 남자만 벌어 오라는 시대도 지났건만 유독 사는 방식도 취미도 꼭 같아야 한다는 원칙 없는 지금이다.  적어도 자신의 남편이나 마누라 성격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나와 다르다는 것으로만 자신의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고 틀렸다고 판단하는 편견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남자들의 언어를 쓴다는 것이다. 남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 확실히 눈에 안보이는 것까지 알아서 척척 맞춰 달라는 것은 남자를 잘 모르는 아내의 일방적인 욕심이었다.남편의 눈에 확실하게 분명하게 보여줘야 설득력이 높고 그래야 이해를 한다. 가계부 쓴 것을 보여주니까 그제야 그런다 뭐 이렇게 쓴 게 많냐고? 아내가 말로 뭐 뭐 썼다고 사용내역을 말해도 남편입장에 선 목돈 준 것 그대로 있는 줄 안다. 이상하게 남편들은 목돈 주는 것은 그대로 있는 줄 알고 있는 착각을 한다. 그러니 영수증에 통장내역에 주머니까지 탈탈 털어서 눈에 확 띄게 보여줘야 아! 그렇구나 이해를 한다. 이렇게 까지 하니까 그제야 남편은 내 말을 믿었다. 

 

 시각이 발달한  남자들은 여자를 잘 모른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여자인 나는 남편의 언어세계를 잘 모르고 여자와 아내의 언어을 동시에 사용 했었다. 여자의 언어는 다목적이고 다양한 뜻을 포함한 말을 한다. 한마디에 모든 뜻을 포함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표현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아내가 된 여자의 언어는 수다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해도 번역하듯이 또 따로 해석을 해줘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한다. 마음에 담아둔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하다가 폭팔하면 순식간에 터져버리는 현상이 여자만의 전용이 아닌데, 자신의 할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지 못한다.  전화로 한 시간 통화해도 모자라 또 만나서 수다 떨어도 시간이 모자르다 한다. 이런 아내의 마음이 답답하다고 결국 남편과 말이 안통한다고 홧병이 난다.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병인데 이게 약도 없다.

약이라면 소통만 되면 그야말로 일시에 해결되는 병인데.

 

 나도 이렇게 남편과 싸을 땐 서로 목소리 키재기에 따라 지느냐 이기느냐 이렇게 싸웠다. 신혼 땐 서로 기세가 눌릴까 밥상 집어던지고 그릇 날아가고 에구 참 그 땐 젊어 혈기 왕성해선가 더 하면 더 쎄게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명분도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근력이 달린다.

남자는 힘이 좋고 쎄다.  말은 남자보다 여자가 유전적으로나 선천적으로 더 잘한다. 하긴 여자 수다쟁이가  말할 때 남자한테 질 리가 없다. 남자인 남편은 한 번에 한가지씩 말을 해야 알아 듣는다. 그러니 말 잘하는 아내인 여자를 이겨 낼 재주가 있는 남편은 말보다 힘있는 주먹이 먼저 튀어 나간다. 이런 결과의 부부싸움은 휴유증이 오래간다. 일단 부부가 되면 우선  말하기와 듣기 방법이 달라진다.  또 한가지는 부부간엔 속마음을 표현 할 때 남편들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표현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언어적 사고는 남성, 특히 남편들은 여자보다 덜 발달해서 아내에게 들켜 버린다. 자존심 상할까봐 말보다 힘이 더 쎈 남편들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무력으로라도 우선 이기고 봐야 나중에 탈이나도 그 땐 그 때다 식이다. 뒷감당 안되는 것도 잘 알면서 나중에 왜 때렸냐고 물으면 여편네가 말대꾸해서 팼다고 하는데, 반대로 말대꾸 안해도 맞을 짓을 했다고 한다. 이렇든 저렇든 부부는 일단 의견이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다문화 가정이 아닌 이상 같은 국적 같은 언어를 쓰는 부부들임에도 도저히 대화가 안되는 불통이 원인이 되어 헤어지는 것은 부인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오래 같이 산 부부들이 황혼이혼을 한다. 아무리 오래 산 부부라해도 세월로 그 속사정이나 마음을 상대에게 노력없이 저절로 알려주지 못한다. 되레 친한 이웃이나 남보다 못한 관계다.

 

이혼을 안하고 사는 방법이라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래 저래 사는 내용이 거기서 거긴데 일 어렵게 만들어 평생 서로 상처주고도 모자라 헤어지는 게 상책이다라는 이런 세상에 뚱딴지 같은 엉뚱한 발상을 해본다. 이젠 돈도 같이 벌어 사는 맞벌이 부부시대에 경제적으로 혼자 벌어 온 가족 생계책임지는 가장도 희귀한 지금이다. 그럼에도 남편의 시원찮은 벌이에 아내라고 바가지 귺는 것도 어찌보면 좀 안되 보인다. 그 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월에 따라 살다보니 사람으로 가장 원칙적인 바탕에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결혼이라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친정어머니가 나를 낳고 나를 키워준 것은 미혼 때까지 이고, 나도 자식을 낳아보니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돈도 잘 못 벌고 조금 부족한 남편이 나의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조건 맞춰 한 결혼이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천방지축 나만 잘났다고 떠들고 살았을 인생을 사람 만들어 준 사람은 나의 배우자인 남편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같이 살다가 고생하면서 내가 성장한 계기가 되었다.사람이 고생하기전과 후는 천지차이다. 상대방과 역지사지라는 입장차이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을  결혼한 부부만이 경험한다.

 

남편과 같이 살아보니 부부로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수행을 하듯이 서로를 인정하고 다름을 지켜 봐줘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젠 철 좀 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