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일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엄마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다.
서로 웃으면서 안부를 묻다가
아들놈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냐고 물었다.
곧 군입대를 할거라고 더운 8월달이라고 걱정한다.
울 아들은 엊그제 갔다고 했더니
"아니 그 아들은 벌써 갔어요 ?"
사실 아들 친구라고 해도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이 친구 엄마는 울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어렸을 때 사건애길 하나 하는데,
울 아들과 같이 감자 구워 먹다가 동네 둑길 잔뒤만 다 태워먹고
감자는 못 먹고 도망간 애길 하신다.
그 때가 초등학교 1학년 이었는데
그 아들이 벌써 군대를 갔다면서 세월 참 빠르단다.
애들처럼 빨리 우리도 늙으면 큰 일 날거란다.
부모는 그대로 애들만 키가 쑥쑥 자라니 이젠 아들을 올려다 봐야 한단다.
그 때가 정말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학부모가 아닌 군입대를 앞둔 장정의 부모가 되어 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정말 먼 과거가 되버린지 오래다.
정작 군입대를 하는 날에 아들놈은 새벽 세시까지 안들어왔다.
보나 마나 친구들과 송별회도 해야 하고 군에 있는 동안 못 할 일들을 실컷 하고 들어오려면
그 시간도 부족할 것이라 생각되어 전화도 문자도 주지 않았다.
새벽 세시에 들어와서 잠을 자니 제대로 잠을 못 잤을 것인데,
결국 내 차안에서 꾸벅 꾸벅 졸더니 어리버리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군입대를 한 놈은 울 아들밖에 없을 것 같다. 나를 닮아 잠이 많아 잠퉁이 쌔끼리고 남편이 붙인 별명이다.
다른 부모들은 군입대해서 고생할 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다 그러는데,
나는 거꾸로다.
' 저 아들 때문에 부대가 고생할 것 같어~~" 했더니
울 남편 소리만 빽빽 지른다.
지 에미를 닮아서 잠퉁이에다 게으른데가 느려터져서 더욱 걱정이란다.
그래서 어쩌라고 다시 뱃속에 넣어 줄까 할려다 말았다.
다른 입영 부모들 중에 어떤 엄마는 이제 들어가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이 엉엉 우시는데
그 옆에 남편은 주먹으로 눈물 닦으면서 나를 또 째려본다.
" 니는 눈물이 안나냐?" 물어 볼 걸 물어 봐야지.
겨우 대답을 한다는 것이 집에 가서 울지 뭐.
그런 것도 느리냐 한다. 그러면서 남편은 또 눈물을 닦는다.
아들 뒷모습을 눈빛으로 따라가다가 결국 놓쳤다. 그 때 비로소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저 아들 낳을 때 내 골반이 벌어지지 않는 통뼈라고 의사가 그랬다.
옛날 같았으면 애낳다가 애도 산모도 죽는다고 했다.
그러니 서로 덤으로 얻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
아들이 군입대를 하고 난 후 아들이 쓰던 스마트폰이 내 손에 들어왔다.
밤이고 낮이고 만졌던 전화기를 보니 진짜 실감이 났다.
" 진짜 군대 갔네..이 눔이"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나 빡빡이야 사진을 찍어 벌써 페이스북에 올라가 있다.
미용실에 데려갔더니 의자에 앉아
" 시원하게 박박 밀어줘유~~" 했던 놈인데
아마 그 머리를 바로 찍어 친구들한테 보여줬나 보다.
고생도 일부러 시키고 싶은 아들이다.
사람으로 살면서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무엇을 하든지 먼저 준비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시작을 하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거쳐야 이 험한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다리도 되고 견딜 인내도 생길거다. 게으른 엄마를 닮아서 빨리 성공하려고 하면 너한테 참 피곤할 거다.
그러니 니 성격대로 꾸준히 살아라..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직접 말을 못 해주었다.
하긴 나중에 나중에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살면서 천천히 알려 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