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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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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오래 살고 싶음 당장 담배 끊어라!


BY 천정자 2012-05-08

밥은 끊어도 담배는 죽어도 못 끊는다는 남편은 애연가다.

애처가가 아니고 애주가, 애연가가 된 지 어언 한 사십년은 넘어간다.

나랑 결혼 하기 전 부터 줄곧 피워 댄 담배값을 계산하면 집 한채 사고도 남을 것 같다.

물론 술값을 더하면 집산데 옆에 빌딩을 지었을 것이다.

 

남편이 요즘 몸이 좀 이상하단다.

그렇게 술에 담배에 충성하는데, 몸에 철갑을 둘러도 뭔 일이 나는 게 정상이다.

내 주위에 남편 친구들은 고혈압 아니면 당뇨는 둘 중에 한가지는 이미 걸린데다가

중후한 중년들의 처진 아랫배에 벨트가 걸쳐져 바지가 후즐근한 아저씨들이다.

비만에 걸려 늘 다이어트한다는 마누라가 있는 오십대 후반들이니

무슨 일 생기더라도 별 일 아닌, 늘상 하는 일이 되버린 병문안 가는 것이

연중행사가 아닌 월중행사가 되버렸다.

그래도 늘상 모이면 하는 말이 담배를 피면서

"언제 한 잔 해야지?"

 

일이든 아니든 뭐를 하든 빠지지 않는 술담배가 주인인지,

주제인지 잘 모르겟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손 발이 저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심장도 벌렁벌렁 뛴다나.

아무래도 이거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하면서도 병원가자고 하면 무서운 호랑이가 병원에 있는 듯

멀리 도망쳐 가버린다.지 마누라가 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무서운가 나에게도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남자가 겁이 그렇게 많은지 원.

 

그런데 얼마전에 남편의 친구 마누라가 폐암으로 투병생활하다가 사망했다.

그 마누라는 한번도 흡연을 한 적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그 병에 걸려 몇 년도 아닌 몇 개월만에

그냥 일이 난 것을 보고 남편도 나를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닌지 자구 신경이 쓰이나 보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하긴 사람 목숨 하루아침 어쩌고 저쩌고 한다고 해도 진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누라 없는 홀아비 된 친구를 보니 남의 일 같지는 않았나 보다.

 

한 번도 담배를 피지 않았던 부인도 죽는데, 자긴 더 하면 더하지 절대 무시 못 할 발병 확률에 신경이 쓰였나보다. 은근히 나를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예사가 아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그게 아니고 혹시 이거 내가 먼저 가면 울 마누라 또 시집가는 거 아녀? 이런 의심을 하고 보는 눈빛에 좀 나도 어이가 없다.

" 그러니까 당장 담배부터 끊어!"

괜히 병나고 끊을 걸 이런 후회는 이미 늦은 때.

 

건강한 것이 마누라에게 적선하는 것이다아 이렇게 큰 소리쳤더니

영 자신없는 눈치다. 그렇다고 즐겨 피우는 담배는 절대 줄이거나 그런 계획은 없을 것 같은 표정이다.

이래저래 나도 무슨 작전을 짜기 짜야 되겠다.

 

무슨 말을 해야 단박에 결심을 받을까..

남편에게 비장의 말을 한 마디했다.

" 자기야? 나랑 오래 같이 살기 싫어? 나도 누구처럼 일찍 죽음 당신 다시 장가 갈거지?'

눈만 껌벅껌벅 말은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젠 남편의 친구들 중에 마누라 있는 친구는 몇 남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아프다가 사망하여 혼자 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혼해서 혼자 된 남자 둘에

그래도 죽지는 않았지만, 같이 살다가 마누라가 도망간 친구도 둘이나 있으니

마누라 없는 남편의 친구는 합계가 벌써 다섯이나 된다.

 

뭐를 어떻게 해서 여자가 도망간 이유는 둘의 당사자간의 사정이지만, 여하튼 이래저래 홀아비로 혼자사는 남자들을 남편을 직접 보고 사니, 이게 영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은 혼자사는 친구네 집에 갔다가 청소만 하루종일 해주고 왔단다. 원래 그 친구가 털털하다고 하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가보니 마누라가 있고 없고가 천지차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을 했으니, 그래도 아무리 살림치에 못생긴 마누라 있는 게 났다는 결론을 내렸을테니, 내가 그 걸 안 이상 나도 이젠 큰소리 쳐야 할 세상이 온 것이다.

 

' 그렁께 빨리 대답을 혀 봐?"

담배를 끊어야 할 지 마누라 말을 들어야 할 지 둘 중의 하나는 버려야 하는데.

담배 한 모금 피지 않아도 폐암에 걸려 죽은 친구 마누라가 자꾸 생각이 나나 보다.

겨우 대답을 한 다는 것이

" 알았어 생각 좀 해보고..'

대답도 힘아리가 없다. 안하자니 하나 밖에 없는 마누라 튀어 나가면 어쩌누....  

 

무슨 생각을 하냐구요..

남자가 단칼에 하면 한다, 아니면 아니다 이래야지 .

아픈 남편하고 사는 것하고 팔팔한 마누라 긴 병에 같이 병든다고 큰소리 뻥뻥쳤더니

누가 지금 당장 아픈 것도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란다.

 

" 그러니까 예방을 하자구, 치료한다고 집날려 돈없어 그럼 애들은 우리때문에 무슨 고생을 미리 예약하는 것도 아닌데. 그럼 어떡할 거여?

인생 백년지대계에 한 오십년 담배만 피우다가 죽었다! 참 내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그래도 내 말에 생각 좀 해본단다.

언제까지 생각 할 지 모르지만 내일 또 나는 물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