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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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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뭐하고 살까..


BY 천정자 2012-04-27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같이 살면 걱정도 귀찮아질거야!"

한마디로 게으르고 굼뜨고 답답하다는 애기다.

 

걱정을 하려면 많은 조건을 갖춰야 할 것 같다.

우선 부지런하게 살고, 뜻대로 안되면 기도도 소원도 많이 빌어야 하고

남들 하고 사는 거 늘 눈치보듯이 부지런히 따라가야 되고

그것을 못하면 또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이니

나같이 느려 터지는 사람은 영 딴나라 애기려니 하고 사니까

친구의 말이 맞긴 맞는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인생인데

어제는 청춘이고 내일은 노후라고 해야 되는 지금에

노후생활이나, 은퇴니 뭐니 나에게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순서임에 은근히 걱정된다.

은퇴하고 난 후 할 일없이 노는 노인이 될까 아니면 부단하게 살까 순전히 내 선택인데

주위 애길 듣거나 보면 이거 전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돈이야 벌면 버는대로 자신의 분수에 맞게 쓰다가도 뭐라고 할 사람없지만,

노후에 가장 필요한 순위를 대라면

제 일순위가 바로 친구다.

그것도 말 안해도 탁하면 턱하는 말통하는 친구가 아닌 귀가 통하는 친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이다.

현대인의 병중에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는 병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의사한테 찾아가서 실컷 떠들고 나갈때

돈 내고 나간다. 내 애길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수수료를 내듯 치료비를 낸다.

주위에 귀가 있는 사람은 많으나 내 말을 들어줄 귀는 돈내야 들어주는 의사외엔 전혀 없다면 진짜 살 맛이 안날 것 같다. 그레서 노년에 걸리는 우울증이 더 많은 가보다.

 

한 때 왕년에 잘나가던 친구들이나, 출세가도를 달려 성공한 친구나 나이는 비껴 가지않을테지만, 유유상종이니 동창이니 뭐니 다 거기서 거긴 모임에 유달리 친한 친구는 있기 마련이다. 내 맘 같아선 내 말 들어주고 뒷도리 안해도 탈 안나는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열 친구 하나도 안부럽다. 그냥 옆에 있어만 줘도 아무때나 전화 걸어도 왜 걸었냐거나 어떤 이유가 없어도 그냥 거는 전화에 늘 받아주는 친구가 다른 때도 아닌 노후에 반드시 돈보다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원에 근무하다보니 친구가 있는 사람은 홧병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것을 경험했다.

 

하긴 내 애길 잘 들어주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가되고 연금보험보다 더 든든할 것이다. 연세가 드셔 어딜 놀러가도 친구랑 같이 가는 게 좋다고 하던데, 몸이 안따라주니 그저 할 수 있을 때마다 전화도 문자도 늘 주고 받다보면 그렇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잘 살았다는 인생이라고 하고 싶다.

 

내 주위를 돌아보니 아직 다들 바쁘다. 사회에서 한 자리 해놓고, 명예를 얻고 , 명함 한 장씩 다 갖추고 사는 친구들 애길 듣다보면 기분이 좋다. 나야 원래 없이 살았으니까 명함없는 것은 당연한 거고, 있다면 주절 주절 수다나 잘 떨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래선가 나중에 나랑 맨날 전화수다 떨다가 운이 좋아 시간 맞으면 장날 장터에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봄되면 봄나물 같이 뜯고, 텃밭에 뭐 심었다고 택배부쳐주고, 애들 크는 애기하다가 어려운 일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가 옆에 있어만 줘도 그 슬픔이 반이 되는 것을 기대하고 싶은데.  

 

그런데 이 건강이 큰 일이다. 한 번은 친구들 모임 날짜가 다가오는데 비가 올려나 삭신이 쑤신다고 못간다고 전화에, 갱년기가 뭐이 어떻고 저렇고,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하필 우릴 만나는 날이 결과 나오는 날이라 못간다는 전화 받으면 나도 곧 아플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강력히 주장한다. 

"야야..한 살 더 먹기전에 부지런히 돌아댕겨야 건강하다구!'

 

앞으로 흰머리 성글성글해도 허리 굽어도 너는 내친구라고 했다.

나이들어 새 친구 사귀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그냥 어릴 적 내 친구 누가 먼저 죽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진짜 나이 많이 들면 다리가 아퍼서 못 간다고 할 때까지 움직여야 한다.

그럴려면 친구들 건강을 잘 챙겨주는 것도 우정이다.

 

요즘에 씀바귀가 한참 제철이다. 몸에 쓴 나물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는데

몸이 비리비리해서 늘 어지럽다는 이 친구한테 전화 좀 해야겠다.

나물 좀 택배로 부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