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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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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이유


BY 천정자 2011-12-10

바뻐서 기도를 못하기도 하지만

남편 돈 잘벌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괜히 미안하다.

왜 그러냐면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요즘엔 좀 그렇다.

진짜 옛날이면 그런 기도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기도하느라 무진 바뻤을텐데

게으른 나는 잠자다가 꿈에서도 기도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려 한 번도 소원을 빌어 본적이 없는

진짜 게으른 신자다.

 

밥 세끼 다 먹는 것도 진짜 바쁜일이다.

요즘은 일부러 다이어트한다고 식사량을 조절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다이어트보다 좀 배고프다고 느끼면 벌써 점씸 때가 한참 지나 서 너시다.

좀 버티면 곧 저녁이 올텐데 저녁을 좀 일찍 먹는다고 하면 사실 하루 두 끼만 챙기는 것이다.

 

옛날에 없어서 못먹는 시대인만큼 밥 먹었냐고 안부인사를 나눌 정도였지만,

지금은 무슨 일인지 시간이 없어 제 때에 못챙기는 식사가 많아졌다.

다 먹고사는 것 때문에 일 하는 건데. 뭐가 먼저인지 구분이 안간다.

 

게을러서 소원기도이든 성취가 꼭 되어야 할 작정기도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니 위에서 내려보시는 하나님이 뭘 주시고 싶어도 보채지 못하니

우는 아이 양식 더 준다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로 갈지 도통 짐작도 못한다.

욕심도 아는 만큼 성장한다. 보이는 만큼 가질려고 하고 느끼는 만큼 자꾸 더 더 증가시키는 사람의 생각이 일단 게을러지면 마냥 부담없이 만만해지는 것을 안다.

 

그 까짓거 뭐 있으면 얼마나 오래 마음이 편안할까 이런 생각이 들면

그 마음 편한 쪽으로 자꾸 방향이 틀어진다.

이상하게 마음편한 쪽으로 향하면 당장은 엄청 큰 손해를 입을 것 같고 누구보다 좀 초라하게 보여

실패자로 낙인 찍혀 성공하고 전혀 먼 딴나라 사람될 것 같은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게 가장 나에게 알맞춤인 인생살기였다.

 

시간이 재촉한다고 빨리 빨리 가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나이들어 돌마보니 내가 쏜 화살이 쏜살같이 바람보다 더 빠르게 간다는 진리를 믿어 의심하지 못한다.

그러니 좀 느리게 사는 것도 엄청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다.

 

누가 어디서 얼른 얼른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엄청나게 하시는 분들 덕에

우리가 그 시너지 혜택을 힘입어 이렇게 잘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린 무언가 바람빠지는 그 허망함에 늘 절절매는

이유가 뭘까 싶다. 그 전전긍긍한 인생살이가 원래 삶의 주제였었나 거슬러 역추적을 한다.

 

같이 사는 동안 그 누구라도 사는 몫이 양과 질이 다 다르다.

다름에 틀리다고 또 다른 잣대를 평균으로 잡아 미달된 상태를 우린 즐겨 통계를 낼려고 한다.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인 경쟁구도에 주입된 결과적인 생태구조다. 그럼에도 자꾸 나는 또 다른 시선을 가질려고 한다.

 

비록 게으른 신자이든 전혀 신을 모르다는 무신교자라도 자신의 인생에 이름표를 붙일 권리는 있다.

모름에서 안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때 까지의 과정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처럼.

 

한 세상에서 같이 사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 볼까.

밥먹고 사는 동안 나에게 들어 오는 수많은 질문과 기회와 같은 시간이 연속적으로 주어지는 동안

과연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가장 중요한 기도를 해야 할 때가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 되기 위한 기도보다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사람으로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