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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


BY 천정자 2011-11-11

아들이 재 작년 추석 시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닭 한 마리 주워서 돌아왔었다.

병아리도 아니고 다 큰 닭 한마리가 다리에 비비꼰 비닐끈이 묶여진 것이 풀어져 길거리에서 유기견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아들이 주워 온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바로 시집 옆집에서 잃어버려 주인이 한 참 찾다가 포기한 사실을 알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거진 일 년동안 아들이 애지중지 주운 닭을 키운 것이니, 도로 주자니 참 이거 어떻게 애길 해야 하나 그것도 그렇고, 그냥 놔두자니 찝찝한데 그래서 결정한 것은 도로 갔다 주자고 닭을 잡으려니  이게 알고 보니 보통닭이 아니었다. 아들이 주워 올 땐 웬만한 암탉만 하더니, 일년이 지나고 보니 암탉이 아니라 수탉이라는 것이고, 그것도 성질 진짜 겁나게 무서운 장닭들 중에 목소리 큰 쌈탉보다 크고 굵은 발톱을 보니 잡으려고 하다가 되레 공격을 당하니 남편이나 나나 아예 엄두를 못 낸 것이다.

 

날 잡아 개 잡는 다는 말은 들어도 날을 잡아 닭을 잡을려면 이상하게 무슨 일이 자꾸 생기고, 왜 그리 별 일이 많이 생기는지 늘상 저걸 잡아다가 주인한테 갔다 주긴 해야 되겠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동안 먹여줘, 재워줘, 키워줘 그 공임도 계산해보니 이거 도대체 주인이 누군지 그것도 헷갈렸다.

 

고3때 아들이 주워 온 닭 한마리를 이젠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애한테 남편은 툭하면 니 언제 저 닭을 잡아 갔다 줄거냐? 전화만 몇 십번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들이 아빠가 그냥 잡아 먹어요 하면 님편은 그런다. 저 놈이 나를 찍어대고 겁나서 못 잡겠으니 니가 와서 잡어라 이런다. 큰 수탉은 우리 가족에게 이루 말 할 수 없는 소음공해로 괴롭혔다. 나는 수탉이 꼬끼오 하고 외치는 것을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암탉은 구구구 꼭 비둘기보다 약간 큰 것이고, 시도 때도 없이 꼬끼오 하고 목청껏 외치는데.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잠퉁이니까  벌 받으라고 저 수탉을 내 옆에다 갔다 놓으라고 시킨 것인지 새벽 네시부타 여섯시까지 울어 제끼는데 이건 정말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두 시간을 우냐 저건 몸부림이라느니 딸내미는 당장 갔다 주든지 당장 잡아 먹자고 하는데. 일단 잡으려고 쳐다보면 그 부리부리한 눈하고 붉은 벼슬이 일반 닭보다 두 배고, 정육점에서 쓰는 칼보다 더 날카로운 발톱을 보니 나부터 겁이 나니 나도 하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이 빠르다고 그렇게 어영 부영 이 년을 키우게 됐으니, 이젠 낳은 정이야 주인이 누군지 내비두고 기른 정으로 토종닭 그것도 엄청 큰 수탉 주인이 얼결에 되 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당도 조용하고 부엌에도 아무도 없는데 큰 들통에 닭고기가 하나 가득이다. 이게 뭔가 했다. 그리고 집이 너무 조용하다 싶어 다시 닭장에 가니 그 눈이 부리부리한 수탉이 온데간데 없다. 도대체 나 없는 동안 집안에서 뭔일이 생긴 것인가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남편이 그런다 . 시집에 옆집 사는 진짜 주인이 와서 잡아 줬단다. 주인이 반마리는 가져 갔단다.

 

그 주인이 그러더란다. 마땅히 키울데가 없어 우선 묶어 놨더니 그게 풀어져 버렸으니 자기 책임이고. 그걸 주워다 자렇게 잘 키워주었으니 고맙다고 반마리씩 나누자고 하더란다. 알고보니 남편의 한동네 고향 선배였다나. 그래서 의기투합해서 같이 잡았단다. 남편이 이미 그 반마리를 닭볶음탕을 해놨는데 세상에나 닭발도 일반 닭발 딱 두배다. 엄청난 크기에 질렸으니 살아 있을 때 그 발톱을 세우면 엄청난 괴력이 숨어 있을 법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그동안 내가 살아 생전에 몇 마리의 닭을 먹었는지 세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양념통닭, 통닭, 치킨등등 아무리 그동안 먹었던 맛보다 이렇게 맛있는 닭발은 처음이다. 약간은 질긴 듯 육질이 단단하더니 씹으면 씹을 수록 구수하다. 울 딸도 얼굴에 양념을 묻혀가면서 맵다고 호호 하면서도 연신 잘도 먹는다. 아 이래서 집에서 닭을 키우는구나, 그냥 사료 먹인 닭보다 늘 갇혀 지낸 닭보다 그렇게 활개를 치고 시도 때도 없이 아무때나 우는 수탉을 키우는구나 했다. 아들 것을 좀 남겨야 하는데 울 딸이 다 먹잔다. 그래도 그건 아니다하고 했다. 아들이 주워 온 건데. 전화해야지.

' 아들 닭잡아 놨다. 이번 주말에 꼭 와라 알았지~~' 헤헤